일러스트=손민균

지난 7년간 농협 등 상호금융사와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발생한 횡령 및 배임 사고 규모가 13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은행 등과 달리 상호금융사와 여전사에 대해선 금융 당국의 직접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제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은 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상호금융·여전사에서 발생한 횡령 및 배임 사고 건수는 총 237건으로 사고 금액은 총 1297억원이다.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농협과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사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213건이며 사고 금액은 1049억원이다. 여전사에서 발생한 사고는 24건으로 사고액은 248억원이다.

지난해 상호금융사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사고액을 보면 수협이 26억5000만원(3건)으로 규모가 가장 컸으며 농협 21억원(25건), 산림조합 20억원(1건), 신협 10억2000만원(11건) 순이다. 총사고 금액은 약 78억원이다. 올해 8월까지 적발된 횡령·배임 사고는 20억원 규모로, 농협에서 발생한 사고액이 19억원(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전사에선 지난해 133억원(4건) 규모의 횡령·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액은 지난 7년간 발생한 사고액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8월 롯데카드 직원 2명이 부실 협력업체와 제휴해 회삿돈 105억원을 지급한 뒤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로 돌려받는 배임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여파다.

그래픽=정서희

횡령·배임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며 금융 사고의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으나, 제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은행·보험·증권사 및 저축은행과 달리 현행 신용협동조합법에는 상호금융사 임직원이 횡령과 배임을 저질러도 금융 당국이 직접 이들을 제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역시 마찬가지다. 임직원 제재뿐 아니라 금융 사고가 발생한 여전사에 대한 기관 제재도 불가능하다. 금감원은 배임 사고가 발생한 롯데카드에 제재가 아닌 행정 지도 성격의 ‘경영 유의’를 통보했다. 경영 유의는 금융사에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조치로 강제성이 없다. 사고를 낸 당사자와 내부통제 관리 미흡의 책임이 있는 임원 역시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 2022년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원을 횡령한 사고와 관련해선 금감원이 우리은행에 ‘기관 경고’를, 관련 임직원에게는 ‘정직’ 등 중징계를 부과한 것과 대조된다.

금융 당국은 상호금융사와 여전사를 직접 제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건의했으며, 해당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계류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권은 중앙회가 개별 조합을 관리·감독하는 구조라 금융 사고가 터지면 숨기기에 급급하거나 허술하게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자에 대한 징계 수위도 낮은 만큼 금융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여전사 역시 수신 기능이 없다는 이유로 견제가 느슨해 제도는 물론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