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뉴스1

중·소형 핀테크(금융+테크)사가 수수료율 체계를 바꾼, 새로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비용만 발생하고 수익은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야심 차게 만든 사업에 뒤늦게 발을 빼겠다고 선언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한국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최고 의사 기구, 금융 당국의 심기를 건드릴까 눈치가 보이는 것이죠.

앞서 금융 당국은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며 수수료율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상품 가입 시 발생하는 3%의 수수료가 보험료에 포함된 플랫폼요율(PM)이 적용되는데, 앞으로는 사이버마케팅(CM)요율을 사용하게 됩니다. 수수료율이 1.5% 수준으로 인하되고, 수수료는 보험사가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핀테크·보험사들은 연말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2.0을 출시하기 위해 전산·시스템 구축 등 준비작업에 돌입했습니다. 핵심인 요율이 달라졌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를 연동하고, 서비스 이용 시 정확한 결괏값이 도출되도록 시스템 개발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소형 핀테크사는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돈이 되지 않을 서비스에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죠. 서비스가 출시된 지난 1월 19일 이후 한 달 동안 서비스를 통해 판매된 자동차보험은 6100여건에 불과합니다. 한 해 자동차보험 가입 건수가 2500만건(한 달 평균 208만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서비스 출시 이후 약 7개월 동안 자동차보험을 포함한 모든 비교·추천 서비스 계약 건수도 6만2000여건(한 달 평균 8000여건) 수준입니다.

설령 2.0 서비스가 인기를 끈다 해도 중·소형 핀테크사는 큰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카카오페이가 시장을 독식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가 많을수록 계약 성사로 이뤄질 가능성인 큰 셈이죠. 더구나 수수료율이 기존 3%에서 1.5%로 인하한 것도 수익성 악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어떤 플랫폼에서 보험 상품을 비교하든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면, 트래픽(사용자 수)이 많은 쪽이 유리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러스트=손민균

그렇다고 발을 빼자니 금융 당국의 눈치가 보입니다. 처음부터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그나마 낫습니다. 뒤늦게 불참 선언을 하면 마치 금융 당국 사업에 반기를 드는 것처럼 비칩니다. 모든 금융사가 그렇듯, 중소형 핀테크사도 정무적 이해관계까지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다수 핀테크사는 최초 서비스를 준비할 때도 수익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중·소형 핀테크사 다수는 2.0 서비스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수익을 바라기보단 참여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한 핀테크사 관계자는 “시장이 처음 열린 것 치고는 회사에 큰 수익이 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핀테크사 관계자도 “큰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고객들 편의성 측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