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사옥. /KDB생명

지난해 3월 취임한 임승태 KDB생명 대표가 상품·마케팅 부문 조직을 뜯어고치며 경영지표를 끌어올렸다. 판매 채널인 법인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영업력 회복에 나섰고,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높이며 포트폴리오를 개편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의 올해 상반기 월평균 초회보험료는 34억4000만원으로, 전년 동기(16억90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78.1%에서 85.3%로 확대됐다. 상품 10개를 판매하면 8개 이상이 보장성 보험이란 뜻이다.

보험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미래 이익을 가늠하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은 지난 6월 말 누적 기준 9238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5830억원)보다 58.5% 늘어났다. 신계약 CSM도 올해 상반기 월평균 313억원으로 전년 동기(196억원)보다 59.7% 증가했다.

KDB생명의 오랜 문제로 지적됐던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K-ICS·킥스)비율도 지난 6월 말 기준 155.4%(경과조치 후)를 기록하며 금융 당국의 권고치(150% 이상)를 넘겼다. 임 대표 취임 당시 KDB생명의 킥스비율은 101.6%였고, 지난해 말에도 117.5% 수준이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25회차 계약유지율은 70.4%로 꾸준히 우상향하며 생명보험업계 평균(59.1%)을 웃돌고 있다. 계약을 해지하는 고객이 줄면서 KDB생명이 지급해야 할 해지환급금은 2023년 상반기 120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063억원으로 줄었다.

KDB생명 관계자는 “영업 현장 중심의 강화된 불완전판매 사전예방을 비롯해 모든 부서에서 완전판매 문화정착을 목표로 관련 사항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교육·홍보를 강화한 것이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KDB생명은 올해 들어 ‘보험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KDB생명은 지난 7월 보험업계에선 처음으로 장기요양 판정 시 냈던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고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계약이 유지되는 간병보험을 출시했다. 지난 6월 선보인 단기납 종신보험은 암을 진단받거나 상해·질병으로 50% 이상의 후유장애를 입었을 때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고 업계 최고 수준의 해지환급금까지 지급하는 파격적인 상품이었다.

이달에는 보험업계에선 최초로 연금저축보험에 5년 동안 연 복리 3.5%를 확정적으로 제공하는 상품까지 내놨다. KDB생명은 연 단리 6%를 최저보증하는 변액연금보험 상품도 꾸준히 판매하며 IBK연금보험·iM라이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경영지표 개선에도 KDB생명의 숙원인 매각이 급물살을 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한 사모펀드가 내년 2월 청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4개월 만에 매각을 성사시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험업계에선 KDB생명 매각보다 산업은행 자회사 편입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여섯 번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KDB생명을 ‘아픈 손가락’으로 비유하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기에 KDB생명의 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