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에도 주요 금융지주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해당 금융사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면서 이자이익이 급증한 영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 옥죄기에 나선 금융당국 정책에 따라 고금리를 유지한 결과다.
직원 횡령‧부당 대출 등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로 금융권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 장사’ 논란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각 금융지주들은 배당 확대 등 주주가지 제고는 물론, 다양한 ESG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지배주주 순이익) 예상치는 4조650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4조4222억원보다 5.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KB금융지주의 예상 당기순이익이 1조4333억원으로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많다. 신한금융이 1조3376억원, 하나금융 1조166억원, 우리금융 8629억원 등이다.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12.2%, 6.2% 증가한 규모다. 우리금융은 전년(8993억원) 대비 4.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금융지주(JB‧BNK‧DGB금융)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이들의 3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은 5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수준이다. JB금융지주가 전년 동기보다 4.7% 증가한 1753억원, BNK금융지주가 같은 기간 6.1% 증가한 216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DGB금융지주는 3.3% 증가한 11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지주의 호실적은 고금리에도 늘어난 가계대출 영향이 크다. 지난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주담대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 주담대는 전월 대비 8조2000억원 늘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8월 한 달간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9조3000억원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9월 들어 규제가 시작되자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인상,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 수준을 보였다. 9월 은행 가계대출은 전달 대비 5조7000억원 늘어난 가운데 주담대는 6조2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규제가 맞물려 시장금리는 내렸지만 대출 금리는 더 높게 유지된 영향이 컸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며 시장 금리는 하락했지만 가계대출 규제를 위해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은행의 예대마진이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주담대 5년 고정형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의 경우 지난 8월 3.101%로 연 저점을 기록했지만 시중은행은 오히려 가산금리를 활용해 금리를 올리는 추세다. 4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3.99%~5.76%로 형성돼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대출 금리가 떨어졌던 지난 6월(2.94~4.95)% 보다 1%포인트 가량 올랐다.
금융지주는 역대급 실적에 이익 환원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금융지주들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해 왔다.
KB금융은 올해 업계 최초로 총액기준 분기별 균등 현금배당과 예상 가능한 연간 현금배당 총액을 도입한데 이어 이번 실적 발표 이후 밸류업 공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2~3분기 중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매입이 완료되는 대로 소각할 방침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발표될 밸류업 공시에서 큰폭의 주주환원율 확대 등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할텐데 공시 이후 밸류업 기대감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KB금융과 하나금융의 밸류업 공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