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뤄왔던 정책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에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디딤돌 대출’에 적용되는 LTV(담보인정비율)가 최대 80%에서 70%로 낮아져 대출 한도가 줄고, 준공 전 신축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디딤돌 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에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이를 반영해 대출을 취급 중이며, 신한·하나은행 등은 오는 2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HUG가 운영 중인 디딤돌 대출은 가구당 2억5000만원(신혼가구 및 2자녀 이상 가구는 4억원) 내에서 최대 5억원 주택에 대해 LTV 70%(생애 최초 80%)까지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대출금리는 연 2.35~3.3% 수준으로, 현재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다.
가장 큰 변화를 대출 한도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기존 LTV 70%에 HUG 보증으로 10%를 추가로 적용받을 수 있었는데, HUG가 보증을 중단함에 따라 LTV가 70%로 낮아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HUG가 LTV 10%에 해당하는 주택 구입 자금을 보증해 왔는데, 이를 중단함에 따라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적용되는 LTV가 70%로 줄게 된다”고 했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외의 대출자에 적용되는 LTV에는 변동이 없다.
또 소액 임차보증금 공제가 불가능해 진다. 주담대를 실행할 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에게 보장되는 최우선 변제금에 해당하는 소액 임차보증금(서울은 5500만원)을 차감해야 한다. 그동안은 보증상품에 가입하면 소액 임차보증금 상당액까지 대출을 내줬는데, 앞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3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 당초 2억1000만원까지 나오던 대출(LTV 70%)이 5500만원(서울시 소액임차보증금 금액)을 뺀 1억5500만원으로 줄어든다.
후취담보 대출 취급이 제한됨에 따라 준공 전 신축 아파트를 담보로 한 디딤돌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후취담보는 준공 전 아파트처럼 담보를 잡기 어려울 때 은행이 돈부터 먼저 빌려준 뒤 주택이 완공돼 소유권 설정이 되면 담보로 바꿔주는 대출 방식이다.
최근 디딤돌 대출을 포함한 정책대출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정부가 규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늘며 전월(9조7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정책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정책대출은 지난달 2조2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8월과 비교해 4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는 정책·전세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금융 당국은 최근 은행에 정책·전세대출과 관련해 지역별, 소득 수준별로 DSR을 정교하게 산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는 정책·전세대출은 DSR에 반영되지 않는데, 규제를 확대 적용하면 대출자에 미치는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시뮬레이션을 해보기 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