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 서울 강남 티몬 구사옥에서 티몬, 위메프 연합 피해자들이 검은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기업은행(024110)과 신용보증기금이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지연 피해 판매자에 대해 3000억원+α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대출 집행률이 3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에 비해 금리가 최대 2배가량 높다 보니 판매자들의 대출 실행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지난달 30일 기준 티메프 사태 피해 판매자에게 제공한 유동성 규모는 87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티메프 판매자들의 빠른 피해 회복을 위해 지난 8월 9일부터 3000억원+α 규모의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두 달 간 대출 실행률이 29.3%에 그친 것이다.

티메프 판매자들의 미정산 피해 금액은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는 유동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인터파크쇼핑·AK몰, 알렛츠 판매자까지 확대했지만 실적이 기대보다 낮은 상황이다.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과 유사하게 티메프 피해 판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진공·소진공의 유동성 지원 사업은 1091억원의 실적을 냈다. 집행률이 40.4%로,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사업에 비해 집행률이 11.1%포인트 높다. 은행권이 참여한 티메프 판매자 대상 만기연장·상환유예 규모도 1701억원에 달했다.

티몬·위메프 미정산 피해기업 대상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청 접수가 시작된 지난 8월 9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 직접대출 신청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유동성 지원 사업이 다른 기관의 비슷한 사업보다 실적이 저조한 것은 높은 금리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진공·소진공의 긴급경영안정자금 금리는 연 2.5%다. 그러나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보증부 대출의 경우 금리가 연 3.4~4.5%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료는 0.5%까지 더하면 최대 연 5%대의 금리가 적용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정책 사업의 금리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정부는 일반 중소기업 대출에 비해 낮은 금리라고 했지만, 연 5%대 금리는 판매자들에게 꽤나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도와 관리·감독 미비로 인한 정책 대출인데 연 5%대의 금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판매자들의 반발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티메프 유동성 공급 사업이 피해 보상 지원의 성격이 아닌 판매자의 일시적인 유동성을 해소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 규모로 발표한 3000억원을 모두 소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대출 금리 역시 한 차례 금리 하단을 인하했고,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자금을 활용해 금리를 낮추고 있어 실제 적용되는 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 사업은 피해 판매자가 유동성 때문에 힘들다면 당장 충분하고 신속하게 대출이라도 해주자는 성격의 대출 프로그램”이라며 “3000억원이라는 규모도 신속한 대출 지원을 위해 정확한 피해 규모가 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낸 것으로 모두 소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 등을 적극 활용한 결과 연 3.16% 금리로 대출이 나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