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라이프생명의 보험금 청구건수 대비 의료자문 횟수가 생명보험사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 의심 건을 적발해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함이란 설명인데, 과도한 의료자문이 소비자 분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지급심사 혹은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보험사가 사전 지정한 전문의나 의학 전문가에 대해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다. 과잉진료나 부당한 보험금 지급을 방지할 수 있지만, 보험금 청구를 둘러싼 분쟁 소지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보험사가 특정 병원에 의료자문을 구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보험사에 편향된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1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험금 청구건수가 1000건 이상인 보험사 중 의료자문 실시율이 가장 높은 곳은 메트라이프생명이다. 상반기 전체 보험금 청구건수가 5만7264건인데, 이중 293건에 대해 의료자문을 진행했다. 의료자문 실시율 0.51%로 생보업계 평균 0.09%보다 5배 이상 높다.
실제 메트라이프생명은 이를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로 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의료자문을 거치고 보험금을 부지급한 비율이 두 건 중 한 건인 51.04%에 달했기 때문이다. 업계 평균 부지급률은 29.02%정도다.
반면 의료자문 실시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라이나생명과 미래에셋생명으로 각각 0.02%의 실시율을 기록했다. 라이나생명은 상반기 보험금 청구건수 87만2665건 중 188건의 청구건에 대해 의료자문을 실시했다. 미래에셋생명은 18만9794건 중 43건에 대해서만 의료자문을 구했다. 두 회사 모두 0.02% 수준에 그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자문을 많이 한다는 것은 보험금 지급에 신중을 기한다고 표현할 수는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금 지급이 까다롭다고 여길 수 있다”며 “업계 평균에서 조금 높은 수준이라면 심사가 까다로운 청구건이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보험금 지급을 최소화해 실적 방어에 나서려는 모습으로 해석될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메트라이프생명 의료자문 실시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메트라이프생명 의료자문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85건에 그쳤다. 그러나 같은해 하반기 288건으로 늘면서 크게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고 등 특정한 이슈가 결부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방침에 따라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심사를 강화한 영향이라는 게 메트라이프생명측 설명이다. 자체 기준에 따라 특정상품에 대한 기준을 재편하는 등 보험금 심사 청구 기준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타사 평균 대비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보험사기 방지 업무를 강화했기 때문”이라며 “경미한 질병으로 반복적으로 입원하는 보험사기 의심 건을 대상으로 부당하게 지급되는 보험사기를 예방하고자 입원 적정성에 대한 의료자문을 실시한 결과로 의료자문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 및 보험료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