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저축은행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지분 강제 매각 처분을 받은데다 최근에는 부실 채권 꼼수 매각이 적발되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까지 받게 됐다. 그 와중에 경영 실적은 계속 고꾸라지고 있다.
올 연말 지분 매각 관련 행정소송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실적 개선은 물론, 이미지 쇄신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14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달 부실 채권 매각 과정에서 편법 사실이 금감원에 적발됐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6월과 8월 오하자산운용의 제1·2차 PF 정상화 펀드에 각각 908억원, 585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외부투자 제외 시 펀드 총설정액의 각각 46.7%와 33.3%에 해당하는 규모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이후 해당 펀드에 각각 955억원과 646억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투자 비율(1차 46.7%·2차 33.3%)과 정확히 일치한다. 결국 자신들이 출자한 비율에 맞춰 부실채권을 매각한 셈이 됐다. 부실 PF 대출채권 정리가 아닌 ‘꼼수 매각’이었던 것이다.
대출채권 가격을 충당금보다 높게 설정하면서 129억원의 충당금 환입효과가 발생, 이익을 부풀리는 한편, 연체율 하락 등 건전성 완화 효과도 봤다. 실제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 6월 말 연체율은 매각 직전 대비 2.6% 포인트 하락했다.
오하자산운용은 펀드에 투자한 저축은행의 개별 확인을 받아 투자 대상 PF 대출채권을 확정하는 등 일명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펀드’를 운용해 상상인저축은행에 협조했다. 자본시장법상 이면계약으로 투자자로부터 명령, 지시, 요청 등으로 집합투자 재산을 운용하는 OEM 펀드는 금지돼 있다.
이에 금감원은 상상인저축은행의 충당금 환입분에 수익증권을 손실로 인식하도록 하고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의 착시효과도 없앨 방침이다. 과다 인식된 당기순이익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되면 수익과 연체율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올해 2분기 상상인저축은행은 1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상반기에만 5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250억원 적자에서 두 배 넘게 적자 폭이 확대됐다.
단순히 실적만 나빠진 것이 아니다. 총 자산은 2조59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2990억원에서 21% 넘게 줄어들었다.
총 여신은 2조6974억원에서 1조9912억원으로 줄어든 가운데 고정 이하 분류 여신 잔액은 같은 기간 2879억원에서 4068억원으로 늘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43%로 1년 전 10.67%에서 크게 늘어났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10.45%로, 권고 기준(11%)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은 13.58%로 작년 동기 10.88%에서 더욱 악화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15.7%에 달한다. 고정이하 대출 채권은 628억원으로 전체 1939억원 가운데 32% 수준이다. 요주의(1131억원) 대출까지 합하면 부동산 PF 대출 전체가 부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적 개선이 더딘 만큼 지분 매각에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올해 4월까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지분 매각을 명령했다.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중징계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유 대표는 상상인의 최대주주(23.44%)인데,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상상인은 행정소송으로 대응하며 시간을 벌었다. 지난 4월까지 매각하지 못하면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해서다. 다만 올 12월 1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올 초까지만해도 물밑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끊긴 상황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이 지분 인수를 위해 실사 등을 진행했지만 가격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IT조선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