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미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변액보험 펀드 수익률이 국내 투자 펀드 수익률을 압도했다. 변액보험은 보험료로 각 보험사가 만든 펀드에 투자해 미래에 받을 보험금이나 연금액을 늘려나가는 상품이다. 펀드는 크게 해외투자와 국내투자로 나뉘고 각각 주식형·채권형·혼합형 등으로 분류되는데, 미국 증시 활황에 힘입어 ‘미국 주식형’이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1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순자산액 1000억원 이상 변액펀드 중 최근 1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미래에셋생명의 ‘글로벌성장주식형’이다. 이 펀드는 최근 1년 45.1%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펀드 설정일(2012년 2월) 이후 누적 수익률은 313.1%다.

글로벌성장주식형은 생명보험협회 기준에 따라 해외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로, ‘미국 주식형’으로 분류된다. 지난 8월 기준 이 펀드의 국가별 투자 비중은 미국이 62.4%로 가장 높다. 그 뒤로는 인도(7%), 브라질(6.8%), 중국(6.2%) 등이다.

같은 기준으로 수익률 2위를 차지한 미래에셋생명의 ‘미국주식형’(수익률 40.4%)은 S&P500과 미국 상위 1000개 성장주(러셀 1000 Growth)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에 투자하는 비중이 98.5%에 달하고, 상위 10개 종목도 엔비디아·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전부 미국 기업이다.

최근 3년으로 기준을 바꾸면, 메트라이프생명의 ‘글로벌 IT 섹터’의 수익률(56.4%)이 가장 높다. 이 펀드는 전 세계 IT 기업이 투자대상인데, 미국 기업 비중이 78.5%다. 한국 기업 비중은 2.8%로 네덜란드(3.3%)보다 낮았다. 최근 3년 수익률 2위는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생명의 ‘미국나스닥100′으로 47.3%의 수익률을 냈다.

그래픽=정서희

반면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변액펀드는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투자 변액펀드 중 최근 1년 최고 수익률은 22.8%인 메트라이프생명의 ‘장기채권형’이다. 국내 주식형으로 범위를 좁히면 메트라이프생명의 ‘배당주식형’(16.6%)이 최고 수익률이다. 미국 주식형이 4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둘 때 국내 주식형 수익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많은 보험사가 변액펀드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비중을 높이고 있다. 변액보험의 명가로 꼽히는 미래에셋생명의 주력 변액보험 상품인 ‘MVP 시리즈’의 올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채권에 투자하는 안정추구형을 제외한 모든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은 5% 미만으로 설정돼 있다. 변액펀드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메트라이프생명의 대표 변액펀드도 미국 주식형이다.

변액펀드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변액보험 판매량도 증가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변액보험 신계약 건수는 총 7만504건으로, 전년 동기(5만6407건) 대비 24.9%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사가 변액보험으로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293억8400만원에서 502억4000만원으로 70.9% 뛰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업의 성장성이 더 높다고 판단돼 변액펀드에서 미국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당분간은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시장 유동성이 늘어나기 때문에 투자형 상품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된다”라며 “변액보험도 금리 인하로 더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