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 IC 인근. /뉴스1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손해율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데다 정비업계가 정비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올해 하반기 손해율이 예년과 같은 추세를 보이면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7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1~8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0.9%다.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의 손해율은 80.4%를 기록했다.

손해율 상승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차량 이동량이 다시 증가하면서 사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7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7%로, 지난해 같은 기간(81.2%)보다 2.5%포인트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을 발표하면서 “경과보험료가 증가했음에도 사고 건수 및 사고당 발생 손해액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손해율이 악화됐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선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을 78~82%로 본다. 마지노선인 82%를 넘기면 적자가 나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매년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이를 보면, 하반기 손해율이 상반기 손해율보다 5~6%포인트 높다. 올해 상반기 손해율이 80.2%를 기록한 만큼, 과거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손해율이 못해도 83%에 근접하거나 이를 돌파할 것이란 게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보면, 상반기 손해율은 77.6%였던 반면 하반기 손해율은 83.1%로 5.5%포인트 상승했다.

하반기에는 여름철 집중호우·태풍과 겨울철 폭설·빙판길 사고 등 계절적 요인으로 손해율이 상승한다. 6~7월 휴가철과 가을 행락 철에 따른 자동차 사고 증가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손해율이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손해율이 보험료 인상 구간까지 접근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지난 3월 강원 양양군 구룡령 옛길에 내린 폭설. /연합뉴스

보험업계는 상생금융 차원에서 보험료를 3년 연속 인하했던 점도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2022년 4월 보험료를 1.2~1.4% 인하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2~2.5% 내렸다. 수입인 보험료가 줄어들었는데, 지출인 보험금이 변하지 않으면 손해율은 증가한다.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 가능성도 남아있다. 정비업계는 소비자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정비수가 인상률 8%를 주장하고 있다. 정비수가는 정비업체가 사고 차량을 수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를 뜻한다. 정비수가가 인상될수록 보험사 지출이 늘어나 손해율에 악영향을 끼친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계산 결과는 없지만, 정비수가 4% 인상은 보험료 1% 인상 요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험업계가 정비수가 동결을 요구하고 있어 정비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 다만 합의점을 찾아 정비수가가 인상되면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정비수가 인상률은 3.5%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자동차보험에서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돼 정비수가 인상에 큰 문제가 없었다”라면서도 “올해는 어려운 상황이라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