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뉴스1

빗썸이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최근 또다시 무료 수수료 카드를 꺼냈지만, 1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분쟁,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8일 가상자산 통계 분석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 점유율을 보면 업비트가 71.6%를 기록했고 빗썸은 26.7%에 그쳤다. 코인원의 점유율은 1.4%였으며 코빗과 고팍스는 1%를 밑돌았다. 빗썸은 지난 7월 이후 지금껏 점유율이 계속 20%대에 머물러 있었다.

빗썸은 지난달 24일 홈페이지에 낸 공지를 통해 이달 1일부터 사전 등록한 이용자들에게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 앞서 업비트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이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게 빗썸의 계획이었다.

빗썸은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4개월간 진행한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통해 톡톡한 재미를 봤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업비트가 9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국내 시장을 독점한 반면 빗썸의 점유율은 10% 초반까지 밀렸다. 그러나 무료 수수료 정책을 시행한 후 올해 초 빗썸의 점유율은 30%를 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빗썸이 또다시 꺼내든 무료 수수료 카드가 아직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달라진 시장 상황을 꼽는다. 지난해 빗썸이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시작할 당시 가상자산 시장은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하고 있었다. 올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거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자, 이후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고 거래량도 급증했다. 당시 투자자들이 수수료를 받지 않는 빗썸에 몰리면서 무료 수수료 승부수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올해 초와 비교해 투자 열기가 크게 꺾였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결정한 후 가격과 거래량이 잠시 반등했지만, 이후 중동 정세와 경기 침체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사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투자자들도 관망하는 상황이다.

빗썸은 배우 겸 모델 다니엘 헤니를 브랜드 모델로 기용하는 등 내년 IPO를 앞두고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빗썸 제공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빗썸의 거래량이 빠르게 늘지 못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법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전체 가상자산에 대해 정기적으로 상장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가상자산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내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악화됐다. 빗썸은 업비트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가상자산이 상장돼 있으며, 알트코인 거래 비중도 높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빗썸의 이번 무료 수수료 이벤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보일 경우 내년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무료 수수료 정책은 수익을 포기하고 점유율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꺼내든 카드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자칫 실적과 점유율 모두에서 큰 타격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2월 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한 이후에도 1개월 넘게 호황이 이어지면서 빗썸은 상반기 실적을 눈에 띄게 개선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 초와 같이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면 반대로 하반기 실적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알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