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저축은행 재무 현황. /예금보험공사 제공

금융 당국이 이달 대표적 서민금융업계인 저축은행과 대부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일각에선 서민금융 공급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저축은행 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했다. 이들 3개사는 3월 말 기준 자산건전성 지표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서 4등급(취약)을 받았다.

경영실태평가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로 처음으로 실시됐으며,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로는 지난 6월이 최초였다. 평가결과는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 등 5단계 등급으로 구분된다.

금감원은 지난 8월 추가로 4곳 저축은행의 경영실태평가를 착수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금융위에 4개사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6월에 평가를 받은 저축은행 중 1~2곳은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적기시정조치는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으로 나뉜다. 권고 등급을 부과받은 저축은행은 ▲인력·조직운영 개선 ▲경비 절감 ▲영업소 관리 효율화 ▲유형자산 등 투자 제한 및 신규 업무 영역 진출 제한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특별대손충당금 설정 등 조치를 해야 한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강력한 구조조정이 진행돼 신규 영업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전체 저축은행(79개사) 중 10%에 달하는 7~9곳이 금융 당국의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대부업계도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당정은 최근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대부업자 난립을 막기 위해 등록 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는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개인사업자는 기존 1000만원에서 1억원, 법인사업자는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각각 높이기로 했다. 등록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즉시 퇴출된다. 금융 당국은 자본금 기준을 높이는 법이 시행되면 현재 지자체 등록 대부 업체들의 자본금 상황을 감안할 때 3300여곳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4300여곳이 퇴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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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선 저축은행과 대부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서민들의 금융 접근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업계 모두 서민 급전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계는 대출을 해줘도 이익이 남지 않는 ‘역(逆)마진’ 우려 때문에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대부업계의 경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까지 낮아진 이후 위기를 맞았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2021년 2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1조60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대부업 신용대출 공급규모 역시 2018년 12조7334억원에서 지난해 4조6970억원으로 급감했다. 금융권에선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까지 진행되면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전체 대출 공급 규모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