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깃발. /뉴스1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를 내놨다.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금감원을 ‘둘로 쪼개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직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지난달 30일 발간한 ‘2024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에서 7일 시작되는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정처는 국회의 국가 예·결산 심의를 지원하며, 공공기관의 전반적인 관리 현황 및 정책을 평가하는 기관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엄밀히 말하면 민간 조직이나, 금감원의 인사·예산은 금융위원회의 통제를 받는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정부의 일을 하며 관리·감독을 받는 ‘반민반관(半民半官)’ 성격의 조직인 셈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예산 대부분을 정부 지원액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부 지원액은 금감원이 피감 기관으로부터 받는 감독 분담금이다. 예정처는 “지난해 말 기준 금감원의 정부 지원액 비율은 약 96.79%로, 공공기관 운영법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지정 대상이다”라고 짚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아 얻는 수입액이 전체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기관은 공공기관 지정 가능 대상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이 때문에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09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다. 이후에도 여러 해 논란이 됐다. 정부는 2018년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면서 채용 비리 근절과 엄격한 경영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문제 해소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이어 2019년에도 유보 결정을 하면서 상위 직급 감축 문제 해소와 이행 실적 제출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2020년에는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금감원의 감독 부실, 직원 기강 해이 논란이 불거지며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초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금감원이 앞서 내건 조건을 모두 이행 완료했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였으나, 예정처는 “조직 및 비용 효율화가 여전히 미흡하다”며 이를 반박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재지정 검토 문제는 공운위가 부여한 지정 유보 조건의 충족 여부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예정처는 금감원이 국내 거점도시에 설치한 지원(支院) 내 팀을 20개에서 15개로 통·폐합해 조직을 효율화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국내 지원 수는 11개로 2021년 이후 유지되고 있으며, 지원 인력은 132명으로 같다”며 “운영 예산은 2021년 3015억원에서 3208억원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지원 내 팀을 단순히 줄였을 뿐, 인력·예산은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또 예정처는 금감원의 해외 사무소가 다른 국가의 금융 당국과 비교해 많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총 6개 지역에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는데 미국·일본은 0개, 홍콩은 1개, 싱가포르는 4개의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금감원은 이번 국감에서 공공기관 재지정,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등의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며 금감원의 역량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금감원의 감독 및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각각 분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 야 3당은 제2의 티메프 사태 방지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해, 금감원과 별개로 소비자 보호 기능을 전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감독 기능을 나누도록 했다. 야 3당 정무위원들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일명 ‘쌍봉형 감독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금융 감독의 독립성 및 책임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보호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