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10월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의료계 참여 저조로 ‘반쪽자리 제도’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의료계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관련 법에 따른 운영위원회 구성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 운영을 위해선 법에서 정한 ‘실손전산시스템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를 구성해야 한다. 운영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전산시스템의 구축과 운영, 개선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다.

위원은 위원장 포함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의료계 위원 5명이 포함되기 때문에 의료계 협조 없이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다. 의료계에선 의사회와 치과의사회, 약사회 회장과 한의사회 의장, 의료기관단체 대표 등이 지명하는 사람 각 1명씩 위원회에 참여한다.

이밖에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공무원, 금융감독원 직원, 보험금 청구 서류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 관계자, 각 보험협회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의료계가 실손청구 간소화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운영위 구성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제도 시행 직후 운영위를 구성해야 하는데, 각 의료계 단체가 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파행이 불가피하다. 의협 내에선 비공식적으로 운영위 참여 거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희복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대 교수 3명이 9월 9일 오후 충북대 의과대학 본관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뒤 삭발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요양기관 참여율도 저조하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부터 요양기관 7725개(병상 30개 이상 병원 4235개·보건소 3490개)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된다. 그러나 참여를 확정한 요양기관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3774개(48.9%)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은 283개 병원으로 전체의 3.7%에 그쳤다. 참여 병원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중소형 병원들의 참여율이 2.7%에 그쳤기 때문이다.

병원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단은 없다. 이에 금융 당국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참여율은 제자리걸음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지속하면서 실손 청구 간소화를 포함해 정부가 정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료계 의지가 강하다”며 “의료계가 운영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내년 제도 확대 시행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