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중소기업 전문 정책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신보)이 내년도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빚을 대신 갚기 위한 대위변제 예산을 7000억원 넘게 늘렸다.

신보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에 보증을 서는 정책금융기관이다. 신보가 보증을 선 소상공인·중소기업이 보증부 대출을 갚지 못하면 신보가 대신 채무를 변제하고 이 채무에 대한 권리를 가져온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보는 내년도 대위변제 예산에 4조304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대위변제 예산(3조5655억원)보다 20.7%(7385억원) 늘어난 수치다. 신보의 올해 상반기 기준 대위변제액은 1조4625억원이다. 만약 내년도 대위변제 예산을 전부 소진한다고 가정하면, 신보는 매달 3586억원씩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빚을 대신 갚아야 한다.

금융위는 “고금리 등 경제 불확실성 지속,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 등으로 부실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대위변제 예산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보증 종류별로는 대환보증에 대한 대위변제 예산이 가장 크게 늘었다. 내년 대환보증 대위변제 예산은 7139억원으로 올해 예산 대비 180.6%(4595억원) 증가했다. 대환보증은 신보가 소상공인·개인사업자의 연 7% 이상 금리 대출을 연 5.5% 이하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신보의 사업이다. 신보가 대환보증 대출의 90%를 보증하고, 나머지 10%는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다. 올해 신보의 대환보증 사업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늘어나면서 보증 부실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대환보증 대위변제 예산도 증액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유동화 회사 보증에 대한 대위변제 예산은 올해보다 50.3%(1998억원) 늘어난 5969억원으로 책정됐다. 신보는 유동화 회사 보증을 통해 개별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등을 기초 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 기업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신보가 신용보강을 해주는 만큼 중소기업은 유동화 회사 보증을 통해 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래픽=정서희

신보의 대위변제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보증의 내년도 대위변제 예산은 올해 대비 12.2%(2868억원) 늘어난 2조6452억원으로 편성됐다.

금융 당국이 내년 대위변제 예산을 확대한 데는 신보의 보증 규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보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고금리 위기를 지원하고 혁신성장기업에 대한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서 내년도 보증 목표를 57조원으로 설정했다. 올해 보증 목표(55조원)보다 2조원 늘어난 수치다. 신보 관계자는 “보증 잔액이 계속 늘고 있어 그만큼 대위변제에 대한 준비를 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증 규모 확대 외에도 고금리·고물가 등 복합위기의 지속,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외 경제 요인 부담 가중 등으로 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커진 점도 대위변제 예산이 늘어난 이유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의 비중은 17.4%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 기업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로, 쉽게 말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신보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빚을 대신 갚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투입되는 국가 재정도 확대된다는 의미이므로 신보의 보증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보의 보증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보증 심사 시 상환 능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재정 낭비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