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새마을금고를 쇄신하겠다며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지 1년 가까이 흘렀다. 당시 두 기관은 금고의 지배구조 수술을 중점 과제로 발표하며 내부통제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지배구조 개혁 과제 시행을 국회의 몫으로 미루며 뒷짐만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출한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안 세부과제별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앙회·금고 지배구조 혁신 과제’ 13개 중 10개는 완료되지 않았다. 완료되지 않은 과제들은 중앙회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중앙회장 단임제(4년) 도입, 금고 상근이사 성과평가제도 도입 등이다. 미완료 과제들은 중앙회와 지역 금고의 경영 효율을 높이고 중앙회장·이사장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새마을금고법 및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2억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차훈 전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지난해 9월 2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5일,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1억7200만원을 명령했다. /연합뉴스

지배구조 개혁 과제는 전체 경영혁신안 중에서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박차훈 전 중앙회장을 비롯한 42명 임직원들이 금품수수 문제로 재판에 넘겨져 중앙회의 내부통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전국 금고의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돼 18조원에 가까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하며 지역 금고 경영진의 전문성이 낙제점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진 전문성을 높이려는 경영혁신 과제가 지난해 11월 14일 발표됐다.

문제는 행안부가 새마을금고 혁신지원단이라는 전담 부서를 새로 꾸리면서도 지배구조 개혁엔 손을 놓았다는 점이다. 미완료 10개 과제가 정상적으로 추진되려면 새마을금고법 및 관련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행안부는 지난해 11월에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이후 이날까지 정부 입법으로 지배구조 개혁을 단행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회의 중앙회장 권한분산안. /새마을금고중앙회 제공

행안부가 1년 가까이 뒷짐을 지는 동안 국회에서는 몇 차례 새마을금고법 개정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각 의원이 개별로 법안을 발의한 만큼 행안부가 중점 과제로 설정한 안건에 대해선 누락된 경우가 많다. 중앙회 전문경영인체제 전환과 중앙회장 단임제 도입 등은 지난 24일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의 대표 발의안에 처음으로 담겼다.

용혜인 의원은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정부 입법 시도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행안부가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행안부는 ‘22대 국회 재발의 추진’이라는 모호한 계획이 아닌 구체적인 입법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근본적인 쇄신에 필요한 지배구조 개혁 등 입법과제는 관련 법안을 국회에 조속히 재발의해 제도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