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지역 새마을금고의 합병을 독려할 목적으로 떠안은 부실채권 규모가 25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회가 지난해 한 해 동안 기록한 적자와 맞먹는 수준이어서 중앙회 재무건전성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지역 금고들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데다 추가 금고 합병도 예정된 만큼, 중앙회가 인수할 부실채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회는 합병된 지역 금고 3곳의 부실자산 2491억원을 인수했다. 중앙회는 내부 기준에 따라 통합되는 금고의 채권 중 부실채권을 인수할 수 있다. 이 기준은 2022년 11월에 신설됐으며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됐다.
해당 조항이 새로 생긴 이유는 지역 금고 합병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합병을 주도하는 금고가 피합병 금고의 모든 채권을 인수했다. 통상 피합병 금고엔 연체채권이나 부실채권이 쌓여 있다. 그렇기에 지역 금고들은 합병 후 부실자산을 떠안아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이 때문에 중앙회는 금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부실채권을 대신 인수하기로 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의 부실채권 인수에 대해 지역 금고의 선호도가 높다”며 “이번에 새로 생긴 기준으로 원활한 금고 구조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2500억원 부실채권 인수가 중앙회의 펀더멘탈(기초체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앙회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2501억원이다. 중앙회는 1년 동안 2500억원가량의 적자를 냈는데 그만큼의 부실채권을 또 떠안은 셈이다. 중앙회가 나중에 사업성을 개선해 수익을 내더라도 25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인수한 부실채권은 중앙회의 2022년 순이익(4648억원)의 절반을 웃돈다.
아울러 중앙회가 인수하는 자산이 손실에 가까운 채권인 만큼, 중앙회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앙회는 해마다 발표하는 경영공시에서 전체 대출채권 규모만 밝히고 연체 및 부실채권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금고 회원들이 중앙회의 건전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올해 중앙회가 인수하는 지역 금고의 부실채권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금고의 건전성이 더 나빠지는 상황에서 중앙회가 금고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금고의 연체율은 5.07%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전국 금고 연체율은 7.24%로 6개월 새 2.17%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합병된 금고 수는 6개다. 올해 상반기엔 4개 금고가 합병됐고 중앙회는 하반기 중 4개 금고 추가 합병을 검토 중이다.
용혜인 의원은 “중앙회가 합병 금고의 부실채권을 인수한다고 해도 여전히 새마을금고라는 조직 전체에 부실채권이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행안부는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