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반등하자 일부 밈코인의 가격이 비트코인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밈코인은 이렇다 할 기능 없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가상자산으로 변동성이 크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다시 자금이 유입되면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밈코인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빗썸에서 밈코인 캣인어독스월드는 전날보다 11.3% 급등한 7.965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19일 이 코인의 가격은 5.635원이었다. 이후 6거래일 만에 가격이 40% 넘게 뛴 것이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연준의 빅컷 결정이 나올 당시 8100만원대에서 이날 현재 85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반등했지만, 상승률은 약 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캣인어독스월드는 올해 3월부터 발행된 밈코인이다. 기존에 대표적인 밈코인으로 꼽혔던 도지코인과 시바이누 등이 모두 개의 이미지를 따서 만들어진 데 반발해 고양이를 모티브로 발행된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빗썸과 코인원에 상장됐고, 업비트에서도 이달부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다른 밈코인처럼 캣인어독스월드 역시 이렇다 할 상승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은 21조원, 시바이누는 11조원대에 이르는 반면 캣인어독스월드의 시총은 7100억원대에 불과하다”면서 “고양이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 차별화되고 앞으로 투자가 더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에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빅컷 이후 가격이 상승세를 탄 밈코인은 캣인어독스월드 뿐이 아니다. 개구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페페와 개를 형상화한 밈코인 봉크도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가격이 10% 넘게 상승했다. 대형 밈코인인 도지코인과 시바이누는 4~5%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여러 밈코인이 비트코인 등 다른 주요 가상자산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것은 짧은 기간에 큰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투기 수요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밈코인은 일반적인 가상자산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훨씬 높은데, 상승장에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에 비해 더 크게 오르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밈코인의 거래는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가상자산 서비스업체인 매트릭스포트의 리서치 총괄인 마르쿠스 틸렌은 지난 3월 코인데스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밈코인 가격이 오른 시간대에 이뤄진 거래 중 80%는 아시아에서 집중됐다”면서 “최근 밈코인 열풍을 한국 시장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가상자산 분석업체 쟁글에 따르면 캣인어독스월드의 전체 거래량 중 13.6%를 빗썸이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계 거래소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최근 이 코인의 가격을 국내 투자자들이 끌어올린 셈이다.

도지코인은 지난 2021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X(구 트위터)를 통해 자주 관련 글을 올리면서 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했다. 사진은 2021년 2월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X 계정에 올린 도지코인 이미지. /X 캡처.

문제는 향후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경우 반대로 밈코인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예로 시총 규모가 가장 큰 밈코인인 도지코인의 경우 올 초 가격이 100원대 초반이었지만, 지난 3월에는 320원대까지 치솟으며 3개월 만에 세 배 넘게 급등했다. 그러나 이후 가상자산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자 가격이 빠르게 하락했고, 현재는 145원에 머물러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경우 결제나 보안 수단으로 쓰임새가 있는 데다, 미국에서 상장지수펀드(ETF)로 출시돼 약세장에서도 가격 방어력이 높은 편”이라며 “반면 밈코인은 사실상 도박과 다름없는 투기 자산이기 때문에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다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