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 증인 채택에 관심이 쏠린다.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고 터지는 등 내부통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가운데 가계대출 폭증, 은행 이자장사 논란 등 이슈가 적지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무더기 증인 채택을 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가계대출과 횡령 등은 전 은행권에 걸쳐 있는 만큼 주요 은행장들의 경우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금융지주 회장들의 다음달 일정에 해외 출장이 끼여있다. 국감 일정과 해외 출장 일정이 겹치면서 과연 누가 국감에 출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맹탕’ 국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왼쪽부터)양종희 KB금융회장, 진옥동 신한금융회장, 함영주 하나금융회장, 임종룡 우리금융회장, 이석준NH농협금융회장/IT조선

24일 금융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는 내달 10일 금융위원회, 17일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어 22일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 출석하는 종합감사가 열릴 예정이다. 금융권 국감에선 내부통제와 가계대출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질타가 예상된다. 은행의 횡령 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둔 만큼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 NH농협은행에서 100억원대 배임과 더불어 담보가치 부풀리기를 통한 수십억원대 부당대출 등 굵직한 금융사고가 4차례 연속 터졌다.

우리은행은 600억원이 넘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이슈가 논란이 됐다. 우리은행 뿐 아니라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저축은행 등에서도 친인척 관련 대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 된데다 금감원이 사태 책임을 묻고 있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장에서 얼굴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양종희 KB금융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금융회장, 함영주 하나금융회장 등은 내달 21~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WB 연차총회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을 비롯해 전 세계 금융계 인사들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다. 회장들은 총회 참석 일정 전후로 개별 IR 등 해외에서의 비즈니스 미팅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다 하더라도 불출석 사유가 충분하다.

지난해는 물론 2022년 국감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2022년엔 5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같은 회의에 참석해 5대 은행장이 대타로 출석한 바 있다. 지난해엔 여야 간사합의 불일치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다만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임종룡 회장의 경우 조병규 은행장과 함께 국감장에 설 수도 있을거란 관측이다. 임 회장은 연차총회 참석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으로 출석해 전임 회장 부당 대출 관련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다른 회장들과 마찬가지 사유를 대며 임 회장 역시 불출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증인 채택과 관련해 금융지주 회장의 출장 일정 등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여야간 협의에 따라 증인을 채택하겠지만 당장 국감뿐 아니라 문제되는 사안이 있다면 긴급 현안질의 등을 통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