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 전경/롯데카드 제공

롯데카드가 최근 실적 부진과 재무 건전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올해 들어 카드론 규모를 크게 확대한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 3곳의 카드사에 이달 말까지 리스크 관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7월 말 기준 롯데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조295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1.3%(9157억원)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카드사 중 최대 증가 폭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14%(6674억원) 늘어난 4조7762억원, 우리카드는 11.6%(3864억원) 증가한 3조333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카드론은 서민의 급전 조달 수단으로 꼽히지만, 주로 중·저신용자들의 이용 비중이 커 잔액이 증가할수록 연체율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업계에서는 롯데카드가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고 조만간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외형을 키우려는 목적에서 다른 카드사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카드론 규모를 확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까지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롯데카드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의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1조49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37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늘었고, 삼성카드도 24.9% 증가한 362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롯데카드는 같은 기간 79.5% 급감한 62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는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에 자회사였던 로카모빌리티를 매각한 데 따른 일회성 이익 효과를 제외해도 순이익이 41.7%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 역시 7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롯데카드의 실적 부진은 무리한 외형 확장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PEF는 기업을 인수한 후 수년간 가치를 높여 높은 값에 되팔아 수익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매출과 이익 규모를 늘리려는 목적에서 차입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확장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MBK파트너스 역시 롯데카드의 경영권을 얻은 후 공격적으로 영업자산을 늘렸고, 카드업계에서는 흔치 않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도 확대했다.

문제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MBK파트너스의 확장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발행해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출 때까지 계속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여전채 금리도 높은 수준을 보였고, 롯데카드는 이자 비용 부담이 증가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부동산 시장의 경기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PF 사업에서의 위험 부담도 늘어난 상태다.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조1476억원이다. 대부분 선순위 채권으로 설정돼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등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지만, 분양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자산건전성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언제쯤 롯데카드 재매각에 나설 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롯데카드가 부진한 실적과 건전성 악화로 기업 가치가 하락한 상황이지만, MBK파트너스는 3조원 이상의 매각 가격을 고집하고 있어 재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에도 롯데카드를 되팔려고 했지만, 높은 가격이 문제가 돼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과거 ING생명(현 신한라이프)를 인수한 후 거액에 매각한 경험이 있었지만, 롯데카드 경영에서는 지금껏 신통치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