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주요 금융지주가 3분기 역시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잇달아 올린 데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3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4조725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4423억원) 대비 6.36% 증가한 수치다. KB금융의 3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9.28% 증가한 1조5013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중 최대 규모를 기록한 전망이다. 이어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은 1조3483억원, 1조2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1%, 7.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5.4% 줄어든 8506억원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에서는 상반기 금융지주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탓에 하반기 실적은 이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실적 하락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가 변수가 됐다. 금융 당국이 지난 7월부터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자 은행권이 대출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실제 7~8월 중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22차례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 6월 말 2%대까지 내려간 주담대 금리 하단은 현재 4%대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은 오히려 대출 수요를 자극했다. 대출금리 상승과 함께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두 달 연기되면서 주담대 막차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말부터 지난 9월 19일까지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29조9906억원으로 19조3230억원 증가했다. 이는 3월 말부터 6월 말까지인 2분기 가계대출 증가 폭(10조4074억원)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대출 순증 대부분이 주담대로 이는 금융 당국의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돌연 9월로 연기하면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대출 수요가 집중됐다”라고 밝혔다.
대출 수요 등 수익자산은 늘어나는 반면 은행권 자금조달 부담은 줄어 순이자이익(NIM)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NIM은 금융회사의 자산 운용 수익에서 조달 비용 등을 제외한 뒤 자산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회사의 수익률을 보여준다. 대출 금리의 준거금리인 시장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물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 20일 기준 3.07%로 6월 초(3.69%)와 비교해 0.62%포인트 떨어졌다. 예대마진도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기준금리(3.5%)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연결순익 사상 역대 최대 실적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면서 NIM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대출 증가율이 높아지며 이자 이익증가율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며 “하반기 일회성 비용 발생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경상이익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올해 연결 순익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