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주요 금융지주사의 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국가의 부름‘을 받아 회사를 비우게 됐습니다. 회장들은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은행장들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각각 회동을 하게 된 것이죠.
은행장들은 김 위원장과의 간담회한 지 한달여 만에 다시 이 총재와 만남을 갖게 됐습니다. 정부 측 인사의 잦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호출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금융권에 나옵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30일 김 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일정을 확정하고 참석 요청 공문을 각사에 발송했습니다. 간담회에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및 BNK·DGB·JB 등 3대 지방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합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2일부터 각 업권별 CEO와 릴레이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금융지주 회장과의 회동은 이 릴레이 간담회의 마지막 일정입니다. 이날 간담회에선 각종 금융 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과 가계부채 관리 방안, 지배구조 개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같은 날 은행장들은 이 총재와 회의를 갖고 거시경제 현안을 논의합니다. 이 총재가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만큼 이날 회의에서 관련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회의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4대 시중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 외국계은행장(SC제일·한국씨티), 3개 특수은행장(NH농협·IBK기업·KDB산업)과 지방은행 대표인 전북은행장, 인터넷전문은행 대표인 토스뱅크 대표 등이 참석합니다.
공교롭게 김 위원장과 이 총재의 일정이 겹치면서 은행들은 졸지에 회장과 행장이 모두 자리를 비우는 무두절(無頭節·직장 상사가 자리에 없는 날)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보통 직장인들에게 무두절은 좋은 날로 여겨지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주요 은행장들은 지난달 22일 김 위원장과 회동한 뒤 20여일 뒤인 이달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가계부채 관련 간담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20일 만에 이 총재와 회의를 하기 위해 모입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정부 인사와 간담회를 하거나 주요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이렇게 자주 또 같은 날 부름을 받는 것은 금융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선 “다른 산업과 달리 유독 금융사 CEO는 유독 정부 일정에 많이 불려다닌다”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