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최근 시장금리와 은행 대출금리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 근거가 되는 시장금리는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활용해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막고 있다. 은행도 딜레마에 빠졌다. 시장금리가 하락해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금리가 내려가지만 금융 당국의 주문으로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3.42%)보다 0.06%포인트 하락한 3.36%로 집계됐다. 2년 만에 최저치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5월 반년 만에 처음 올랐지만 6월 다시 하락한 뒤 석 달 연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는 소폭 하향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코픽스 연동 신규 주담대 변동금리를 기존 4.56~5.96%에서 4.50~5.90%로 상·하단 0.06%포인트 인하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우리은행도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를 기존 5.11~6.31%에서 5.05~6.25%로 내린다. 주담대 금리를 코픽스가 아닌 금융채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시간 차이를 두고 하락분을 반영할 예정이다.

최근 코픽스가 하락한 데는 은행권의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기대감이 커지며 예금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상품 금리(1년 만기)는 연 3.35~3.42% 수준으로 기준금리(3.5%)에도 못 미쳤다. 시장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물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 19일 기준 3.05%로 6월 초(3.69%)와 비교해 0.61%포인트 떨어졌다.

그래픽=손민균

은행권은 코픽스의 연이은 하락세가 난감한 상황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맞춰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 관리에 나서고 있다. 통상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 산출한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56~6.67%로 전달(4.39~6.72%)과 비교해 하단이 0.17%포인트 올랐다. 코픽스 하락세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최근 금융 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주문 또한 코픽스 하락에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고정금리 수준을 변동금리보다 낮게 설정해 고객의 고정형 선택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변동금리가 떨어지면 그만큼 고정금리 하락 폭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는 연 3.61~6.01%로 변동금리와 비교했을 때 금리 상·하단 모두 고정금리가 유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시장금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변동금리 인하 폭을 반영하면서도 주담대 등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