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재개했으나 노동 시간 단축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은행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오는 25일 예정대로 총파업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도 총파업에 대비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경영진으로 구성된 사용자협의회(이하 사측)와 금융노조는 추석 연휴 직후인 19일 임단협을 진행했으나 견해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특히 노동시간 단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 주 4.5일제 도입과 은행 영업시간 30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협상을 먼저 마무리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추가 논의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올해 연봉 인상안으로 5.1%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협상 초기 8.5% 인상안을 요구했었다. 사측도 임금 인상률을 1.5%에서 1.9% 올렸다. 다만 임금 인상안에 대해선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은행 노사는 매해 임금 협상을 진행하면서 초반 인상률 격차를 줄여 최종 합의점을 찾았다. 올해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2~3% 수준에서 임금 인상안이 타결될 전망이다.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노조는 주 36시간 근무제인 주 4.5일제와 은행 영업시간 30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4.5일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영업시간 30분 단축이라도 수용해야 총파업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고객 불편 등을 감안해 영업시간 30분 단축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할 경우 고령층 등 은행 영업점을 주로 찾는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일각에선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영업시간 30분 단축을 위해 파업에 나서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1265만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연봉은 6000만원 수준으로 삼성전자(5400만원), 현대차(4200만원) 등 주요 대기업을 웃돈다.
노조는 추가 임단협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예정대로 오는 25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10만 금융노동자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는데, 당시 경찰과 충돌이 벌어져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경찰은 당시 노조가 ‘집회 소음기준’을 위반해 확성기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계속 확성기를 사용하자 경찰이 제지(일시보관조치)했고 이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이 있었다. 노조는 경찰 진압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면서 총파업을 반드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