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한 은행에 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가을 이사 수요가 맞물리면서 주춤했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는 4분기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추가 대출 규제를 내놓기로 했다.

19일 금융권과 채권 시장 등에 따르면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3.628%로 마감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 전망이 반영되면서 지난 17일엔 3.554%까지 빠졌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내 0.5%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고하면서 미 국채 금리도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 연준의 빅컷으로 국채 금리가 빠지면서 시장 금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시장 금리가 떨어지면 은행권 대출 금리도 같이 인하한다. 지난 6월 일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이 연 2%대 후반까지 내려간 것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 금리에 선반영된 영향이었다.

당장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이날 0.06%포인트 하락했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3.67%로 전달(3.69%)보다 0.02%포인트 내렸다. 이날 인하한 코픽스 금리는 20일부터 반영된다.

사진=송기영 기자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금리가 내려가면 금융소비자들이 필요한 자금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하까지 예고된 상황이라 4분기 가계대출 증가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했다.

7월 아파트 거래량이 대폭 증가한 것도 4분기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통 주택을 거래할 경우 계약금을 낸 뒤 2~3개월 후 금융사에서 주담대를 받아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아파트 매매(신고일 기준)는 5만4732건으로 전월 대비 26.4% 늘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거래는 전월보다 31.3% 증가한 3만7684건이었다.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값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 매매 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거래들의 주담대 실행이 9~10월 본격화하면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은행권은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질 경우 추가 규제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관계기관 합동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8·8 부동산 공급 대책 추진을 가속화하면서 주택 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