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은행권의 대출 축소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금융 당국은 여전히 추가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부는 한때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가계대출 한도가 줄고, 모든 금융권 대출이 규제를 받는다. 연 소득 1억원의 금융소비자가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최대 1억원까지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아파트값이 다시 급등세를 이어가고 가계부채도 급격히 늘 경우 추가 규제를 내놓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와 관련된 모든 조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고,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으면 추가 규제를 적기에 도입하겠다”라고 했다. 현재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 스트레스 DSR 3단계 조기 시행,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등이 다음 카드로 거론된다.
스트레스 DSR 규제는 금리 변동성을 고려해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얹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규제다. 단계별로 규제를 적용하는데 1단계는 지난 2월, 2단계는 이달 각각 시행됐다. 3단계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2단계 시행을 올해 7월에서 9월로 연기하면서 3단계도 내년 7월로 미뤘다. 다만 금융권에선 연말까지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예정대로 내년 1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기타 대출에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현재 2단계는 은행권 대출에만 적용한다. 기본 스트레스 금리도 100%가 적용돼 2단계 0.75~1.2%포인트인 가산금리가 최소 1.5%포인트로 높아진다.
연 소득 1억원 금융소비자가 30년 만기, 혼합형(5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금리 연 4.5%를 적용하면 6억58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단계를 적용하면 수도권은 6억600만원, 지방은 6억2400만원으로 각각 줄어든다. 3단계가 적용되면 지역과 무관하게 5억9400만원까지 한도가 준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다면 규제 적용 전과 비교해 약 1억원의 한도가 감소한다. 2~3금융권에 대출이 있다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금융 당국은 2단계 시행 결과를 지켜본 뒤 3단계 시행 여부와 시기를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선 지방 부동산은 침체된 지역이 많아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일괄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2단계 시행을 2개월 미뤘다가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했단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3단계 조기 시행 가능성도 있다”며 “추가 규제를 하더라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