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과 함께 새로운 미래 자산으로 주목받았던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가상자산은 올해 들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잇따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출시되면서 제도권 금융 시장에 안착하고 있지만, NFT는 급감한 거래량을 회복하지 못한 채 존폐 기로까지 몰렸다.
17일 NFT 통계 정보 플랫폼인 크립토슬램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NFT 시장의 전체 월간 거래량은 3억7392만달러(약 4975억원)로 올해 들어 가장 은 규모를 기록했다. 월간 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22년 1월의 60억3871만달러(약 8조327억원)와 비교해 5%에 불과한 수치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토큰이다. 소유권이나 판매 이력 등이 블록체인을 통해 영구적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미술품 시장이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게임, 유통업계 등에서 특히 NFT의 발행량이 많았다.
NFT 시장은 지난 2021년 가상자산 가격 급등과 함께 호황을 맞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이 크게 오르자, NFT 역시 혁신적인 미래 자산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특히 미술품이 NFT로 발행돼 잇따라 거액에 팔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디지털 예술가인 비플의 ‘매일: 첫 5000일’이란 작품은 NFT로 제작돼 경매에서 무려 6930만달러(약 921억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빠르게 성장하던 NFT 시장에 혹한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22년 5월 루나 폭락 사태가 발생한 이후부터다.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NFT 거래량 역시 크게 감소했고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뒤이어 그해 11월에는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였던 FTX가 파산하면서 NFT 시장은 또 한 번 된서리를 맞았다. 2022년 1월 정점을 찍었던 NFT 거래량은 불과 1년 만에 6분의 1 수준인 10억달러(약 1조3273억원)로 급감했다.
지난해까지 침체를 보였던 가상자산 시장은 올해 들어 반등했다.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를 승인하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거래량도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NFT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거래량이 잠시 증가했지만, 최근 수개월간 다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미 금융 시장에서 ‘디지털 금(金)’으로 인식되며 자산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거나 경기가 살아날 경우 가격이 회복세를 보인다. 다른 주요 가상자산 역시 비트코인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NFT는 가상자산과는 종류가 다른 데다,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진 투자자들이 늘면서 줄곧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 금융 당국이 NFT에 대한 규제에 나선 점도 악재로 꼽힌다. SEC는 지난달 28일 세계 최대 NFT 거래소인 오픈씨(Opensea)에 소송을 제기하기 전 보내는 통지문인 ‘웰스 노티스’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SEC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에 이어 NFT도 증권성이 있다고 규정해 시장을 규제하려고 나선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과 함께 NFT 역시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반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껏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입장을 강조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NFT 시장도 규제 위험을 벗어나고 거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모델로 한 NFT를 발행해 판매했을 정도로 관심이 크고 적극적인 사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그가 집권해 가상자산 가격이 반등할 경우 NFT 시장에도 다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