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서울 서대문구의 A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에만 3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15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엔 손실 규모가 20배 넘게 불어났다. A금고에서 지속해서 발생한 손실 규모는 A금고가 적자에 대비해 지금까지 쌓아둔 이익잉여금을 크게 웃돌았다. 대규모 손실을 메우느라 A금고의 이익잉여금엔 150억원 결손이 발생했다. 결국 A금고는 자본잠식에 빠졌다.

올해 상반기 전국 1280개 새마을금고 중 132개 금고에서 적자로 인한 이익잉여금 결손이 발생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익잉여금 결손은 지역 금고에서 적자가 발생해 손실 상황에 대비해 쌓아둔 자본금을 모두 소진했다는 의미다. 132개 금고의 자본 건전성이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조선비즈가 전국 1280개 새마을금고의 올해 상반기 경영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132개 금고에서 이익잉여금 결손이 발생했다. 결손 규모가 10억원을 웃도는 금고 수는 56개였고 이 중 3개 금고에선 100억원대 결손이 있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내 결손 금고 수(25개)가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18개)과 대구(17개) 순이었다.

이익잉여금이란 법정적립금, 특별적립금, 임의적립금을 합산한 개념으로 각 금고가 영업수익 중 일부를 적립한 돈이다. 이익잉여금은 각 금고에서 순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 손실을 보전하는 데 쓰인다. 금고 출범 후 지금까지 적립한 이익잉여금보다 더 큰 적자가 발생해 이익잉여금을 모두 썼을 때 이익잉여금 결손이 생긴다.

이익잉여금 결손은 자본잠식의 징조로 해석된다. 이익잉여금 결손 상황에서 해당 금고에 순손실이 발생하면 결손 규모는 더욱 커진다. 금고가 순이익을 냈다면 이익잉여금을 다시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적자 상황에선 영업수익 중 일부를 손실 보전에 먼저 투입하기에 이익잉여금 결손이 반복된다. 결손 금액이 커져 자본잠식에 도달한 금고는 경영개선 대상으로 분류돼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관리를 받게 된다. 경영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금고는 합병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지역 금고의 이익잉여금 결손 상황은 최근 들어 크게 나빠졌다. 81개 금고가 올해 상반기 이익잉여금 결손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까지는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상반기에 큰 폭의 적자를 내면서 이익잉여금을 모두 써버린 것이다. 상반기 동안 전국 금고에서 1조2000억원 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이익잉여금 결손 전환된 금고도 대거 발생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지역 금고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중앙회는 지역 금고들이 고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취급해 이자비용이 늘어나지 않도록 지도하는 중이다. 아울러 각 금고 내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지역 금고들의 대손충당금 증가로 수익성이 나빠진 만큼 중앙회는 대출 건전성 관리도 돌입했다. 중앙회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대출 및 지방자치단체 협약 대출 비중을 늘려 연체 및 부실 위험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지역 금고의 연체율 및 건전성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며 “금융 당국과 협업해 수익성 및 건전성 관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