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도입 효과가 나타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계속해 느려진다면 당장 대출 규제를 추가적으로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9월 들어 5영업일까지 가계대출이 잠정치로 1조1000억원 늘었다”며 “은행쪽만 비교해보면 대략 8월 대비 증가폭이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5일밖에 안됐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숫자이지만, 일부러 말씀드리는 이유는 (대출 규제의) 효과가 조금 나오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들어 금융 당국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시작되고, 은행의 대출 관리 강화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실제 대출 금리에 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대출자의 소득은 그대로인데 대출 시 적용되는 금리가 높아지는 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은행권은 최근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등을 제한하고 신용대출의 한도를 축소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 대책들의 효과가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지속 둔화된다면 당장 추가적인 대출 규제 조치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추가 조치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을 더 보고 판단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정성·정량적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조치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대출총량제 재도입 가능성과 관련해 “모든 조치가 검토 대상이어서 옵션이기는 하지만 2021년 대출총량제 시행 당시 은행별로 할당량을 주고 그걸 넘어서는 경우는 일부 은행이 대출을 중단하는 일들이 벌어졌는데, 대출이 중단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증가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다방면의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은 발언했다. 김 위원장은 “전세대출이 많이 늘면서 어떻게 보면 주택 매매시장의 가격을 올리는 데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인 것 같다”며 “보증비율 조정 등과 관련한 모든 조치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지만, 전세대출을 줄이는 부분에 있어서 무주택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를 끌어올린 또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신생아 특례 대출 등의 정책대출에 대해서는 “정책대출이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에 대해서는 견해가 굉장히 다양하다”면서도 “금융 당국과 국토교통부가 무주택자,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겠다는 정책대출의 목적과 약속은 지켜야 하고, 단 늘어나는 속도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다면 제어해 나가야 되겠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등이 발생한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데 대해서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고 금융위원장으로서도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금융지주나 은행의 경영진도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엄정한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경영진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금융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했다.
또,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와 관련해서는 “우리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를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인가 신청을 하면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을 할 것”이라며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