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시범 서비스 시행 예정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병원 참여 저조로 차질을 빚게 됐다. 대상 의료기관 중 4.3%만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고, 진료 기록 관리 업체도 제도 참여에 소극적이다.
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 대상 의료기관 전체 4235곳(보건소 제외) 중 197곳만 전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급종합병원 47곳은 시스템 구축을 마쳤으나 병상수가 적은 소형 병원의 참여가 부진하다.
특히 지방 병원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입장에선 서비스를 시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굳이 비용을 들여 시스템 구축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다음 달 제도를 시행해도 소형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지금처럼 직접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보험금을 신청해야 한다.
진료기록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도 서비스 참여에 소극적이다.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시행하려면 EMR 업체가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고 병원에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참여 의사를 밝힌 EMR 업체는 전체 55곳 중 10여개에 불과하다.
보험업계와 EMR 업체는 시스템 개발 비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EMR 업체는 시스템 개발비와 설치 비용 외에 별도 유지·보수비와 청구 건당 일정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연간 실손 보험금 청구가 1억건에 달하는데,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EMR 업체가 요구하는 비용을 그대로 지급하면 연간 수조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보험업계가 이 비용을 지불하면서 서비스를 시행할 실익이 없다”고 했다.
시스템 구축이 더딘 상황에서도 금융 당국은 의료계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서비스 시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꾸준히 의료계의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의대 증원 문제 등이 겹쳐 의료계가 협조하지 않는다”며 “이러다 10월 시범 서비스는 물론이고 내년 10월 동네 병원, 약국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