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계속 약세를 보이며 지난 4월 반감기(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 시점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과거 세 차례 반감기가 지난 후에는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올해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반감기가 비트코인의 전체 수급에서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는 점 등을 들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가격 급등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의 가상자산 전문매체 더 블록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업 투자사인 아웃라이어 벤처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지금껏 진행된 반감기 가운데 최악의 가격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이제 비트코인 ‘4년 주기론’의 기대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은 작업증명 방식을 사용하는 블록체인으로 1개의 블록을 생성할 때마다 일정 수량이 채굴자에게 보상으로 주어진다. 4년에 한 번씩 반감기가 도래하면 블록당 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으로 감소한다. 이 때문에 과거 세 차례의 반감기를 거친 후에는 기존 비트코인의 희소 가치가 높아져 가격이 급등했었다.

첫 번째 반감기였던 2012년 11월 12달러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이듬해 가격이 1100달러를 넘어섰다. 비트코인은 두 번째 반감기인 2016년 7월 77만원에서 다음 해 말 2500만원까지 치솟았다. 2020년 5월 세 번째 반감기를 거친 후 이듬해 5월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11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올해는 반감기를 지난 후 약 5개월이 지났지만, 가격은 줄곧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0일 네 번째 반감기 당시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8900만원대에 거래됐는데, 5일 오후 3시 현재 가격은 7700만원을 기록 중이다. 반감기 시점보다 약 13.5% 하락한 것이다.

더 블록에 따르면 반감기 후 125일이 지난 시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반감기 후 125일 동안 비트코인은 739% 올랐고, 2016년과 2020년에도 각각 10%, 22%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반감기 후에는 125일 동안 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라이어 벤처스는 반감기 후 상승 효과가 사라진 이유로 채굴 보상의 감소 폭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 전체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비트코인은 반감기를 맞기 전 블록 하나를 채굴할 때마다 50개가 보상으로 주어졌다. 첫 번째 반감기에서는 블록당 채굴 보상이 50개에서 25개로 감소했고, 이후 보상은 12.5개, 6.25개로 각각 줄었다. 올해 네 번째 반감기에서는 채굴 보상이 3.125개가 됐다.

아웃라이어 벤처스는 보고서에서 “과거 모든 채굴자가 보상 물량을 즉시 매도했다고 가정할 경우 2017년까지는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1~5%였지만, 지금은 0.17%에 불과하다”도 분석했다. 보고서는 과거 반감기 이후 가격이 급등한 데 대해서도 “코로나 사태 후 미국이 통화 공급량을 25% 넘게 늘리면서 발생한 우연의 결과였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7600만원대로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된 모습. /뉴스1

한편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과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늘어 당분간 비트코인 가격이 눈에 띄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최근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영국의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파사이드 인베스터에 따르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6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기간 빠져나간 자금은 총 8억500만달러(약 1조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