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약 2년 6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던 저축은행업계 연체율이 3분기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주도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을 대거 매각하는 펀드를 만들고 연체율 상승을 막았으나 추가 펀드 조성이 중단된 탓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개별 사의 부실채권 경·공매로는 연체율 증가세를 억누르기 어렵다고 말한다.

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일부 저축은행의 7월 말 및 8월 말 연체율 수치는 6월 말과 비교해 다시 소폭 상승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연체율은 8.36%다. 이는 1분기 말(8.80%) 대비 0.44% 떨어진 수치다. 저축은행 연체율의 상승 흐름이 꺾인 것은 약 2년 6개월 만이다. 2021년 말에 2.51%였던 연체율은 분기마다 오르기를 반복해 올해 1분기 말 8.80%까지 치솟았다.

업계 내에서 7월 이후 전체 저축은행에 대한 연체율은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 내에선 7월 말 및 8월 말의 연체율이 1분기 말(8.80%) 수준으로 다시 올랐을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이경연 저축은행중앙회 회원서비스본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7월 이후 개인 대출이나 부동산 PF 관련해 연체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9월 결산 때 많이 늘어나기보다는 (1분기와 비슷하게) 횡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2분기 동안 연체율이 소폭 줄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중앙회 주도의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가 성과를 내면서다. 중앙회는 지난해 9월과 올해 6월에 한 차례씩 업계의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모아 공동 매각하는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해 1차 펀드 때는 10개 저축은행이 모여 330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올해 2차 펀드엔 27개 저축은행이 참여해 3970억원의 부실채권을 처분했다.

그러나 3차 펀드 조성에 제동이 걸리면서 연체율 상승을 막을 방법이 없어졌다. 중앙회 펀드 조성이 멈춘 이유는 금융감독원이 이 펀드에 대해 ‘셀프 매각’ 정황을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중앙회 펀드는 저축은행이 10~20% 할인된 가격의 부실채권을 펀드에 팔고 다시금 저축은행이 이를 사는 구조로 설계됐다. 금감원은 펀드에 부실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과 펀드를 통해 부실채권을 산 저축은행이 상당수 겹친다고 보고 있다. 중앙회는 7월 중에 3차 펀드를 만들 예정이었으나 금감원 조사가 진행되면서 펀드 조성을 중지했다.

현재 각 저축은행이 경·공매를 통해 부실채권을 털어내려고 하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NPL 시장에 2금융권의 부실채권 매물이 쏟아지면서 매각 절차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실채권 공급이 많아지면서 NPL사들이 매입 가격을 더욱 낮춰 사려 들면서 원활한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부실채권 경·공매는 각 저축은행의 역량에 달려 있다”면서도 “현재 전반적으로 경·공매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서 3분기 내 연체율 상승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