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상반기 약 1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냈음에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 상반기 순이익 대부분이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같은 고위험 상품을 확대하면서 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상환여력이 낮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많은 돈을 내준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돈도 늘고 있다. 카드사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DALL·E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2분기 고정이하채권(NPL)비율은 1.18%다. 전년 동기 1.05% 대비 0.13%포인트 악화한 수치다.

NPL비율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연체돼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 비율을 말한다. 대출 자산은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5단계로 구분하는데, 이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고정이하채권이라 한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 NPL 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폭으로 상승한 곳은 우리카드다. 지난해 2분기 0.9%던 우리카드 NPL비율은 2분기 1.4%로 뛰었다.

이어 ▲하나카드(1.2→1.5%) ▲롯데카드(1.24→1.36%) ▲KB국민카드(1.08→1.13%) ▲현대카드(0.7→0.75%) 등이 올랐다. ▲신한카드(1.36→1.32%) ▲삼성카드(0.89→0.79%)는 내려갔다.

국내 카드사 NPL 비율 / IT조선

NPL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 자체 수신기능이 없어 여신금융전문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신용등급 하락 시 자금조달 과정에서 더 높은 이자율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연체된 부실채권을 매각해 건전성 지표를 제고해야 하는데, 이는 곧 카드사 순이익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카드사 건전성이 악화한 배경에는 낮아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이 자리한다.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사업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자, 연체 위험을 무릅쓰고 카드론 등 고위험 상품 취급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카드론 잔액규모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카드론 잔액 규모는 41조2265억원이다. 전년 동기 38조1872억원 대비 3조원 넘게 확대됐다.

카드론 잔액 확대를 견인한 곳은 현대카드와 우리카드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카드론 잔액을 각각 8738억원, 7423억원 늘렸다. 카드론 잔액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2개 카드사가 차지한 셈이다.

그나마 현대카드는 NPL비율이 전업카드사 중 가장 낮아 감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카드의 경우 무리한 카드론 확대로 인해 부담이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연체된 대출채권을 매각해 고정이하여신으로 전환되는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카드사들의 NPL비율은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되지만 NPL비율이 높아지면 카드사 순익과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