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에서 만든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이 ‘카이아’로 재탄생하면서 기존 클레이(클레이튼이 발행한 토큰)에 투자했던 대기업들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카이아로의 전환을 선택하지 않은데다 클레이는 이젠 거래조차 되지 않아 팔 수도 없어 기념품 정도로 보관해야 할 처지다.
클레이튼은 지난달 29일 네이버 산하인 라인테크플러스가 개발한 블록체인 핀시아(FNSA)와 재단을 통합하고 새로운 블록체인 카이아(Kaia)를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클레이튼의 운영 멤버였던 다수의 대기업들이 카이아로의 전환도, 클레이의 처분도 선택하지 않았다.
2일 클레이튼 네트워크 블록체인 탐색기 클레이튼스코프(Klaytnscope) 따르면 클레이튼 거버넌스카운슬(GC, Governance Council)에서 탈퇴한 대기업들이 처분하지 않고 보관 중인 클레이가 60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클레이튼은 핀시아와의 합병으로 새로운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아(Kaia)를 출시한 상태. 기존 투자자들이 보유한 클레이와 핀시아 토큰은 클레이튼과 핀시아 지갑에 보관된 경우, 자동으로 새로운 카이아 토큰으로 변환된다. 하지만 다수의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클레이튼에서 탈퇴, 카이아 통합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가장 많은 클레이를 들고 있는 곳은 셀트리온으로, 총 962만2722클레이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클레이 가격(230원)을 기준으로 약 22억2343만원 가량이다.
LG전자 역시 초기 입금한 500만개와 리워드로 받은 307만개를 합쳐 약 18억6440만원가량의 클레이를 보유했다. 한화시스템의 경우 약 16억1900만원어치를 자사 지갑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카운슬이란 클레이튼 플랫폼의 기술과 비즈니스 방향, 생태계 운영등을 함께하는 연합체다. 참여를 위해서는 약 500만개의 클레이를 예치해야 하며, 연간 새로 발행되는 클레이의 34%를 대가로 분배받는다.
지난 2019년 클레이튼의 출범 이후 거버넌스 카운슬에 합류한 국내외 기업들은 약 20여개로, 이중에는 ▲LG전자 ▲셀트리온 ▲한화시스템등과 카카오 계열사 등이 대거 참여했다. 이후 ▲신한은행 ▲SK네트웍스 ▲GS홈쇼핑 ▲LX인터네셔널 등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신규로 가입해 카카오 블록체인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지난 2022년 탈퇴를 결정했다. 당시 클레이튼은 카카오와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며 국내 사업 확장에 있어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다. 또한 탈퇴한 이들의 입장에 따르면 기대만큼 자사의 관련 사업에 클레이튼 블록체인을 활용하지 못했다.
클레이튼스코프 기록에 따르면 GS홈쇼핑과 LX인터네셔널은 탈퇴 직후 바이낸스를 통해 클레이를 모두 처분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과 SK네트웍스 역시 업비트와 바이낸스를 이용해 시간차를 두고 물량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가입시부터 클레이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당시 금융사의 가상자산 보유가 제한되어, 500만클레이 예치 조건을 보류한 뒤 거버넌스카운슬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리워드로 받은 토큰도 없다.
탈퇴한 거버넌스 카운슬 중 현재 가장 많은 클레이를 보유한 셀트리온은 조만간 이를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관련 사안을 검토 중이며,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8억원 가량의 물량을 보유중인 LG전자의 경우 별도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6월 변경된 가상자산 회계기준 감독지침에 따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기업과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적용기업들은 올해부터 보유 가상자산을 공시해야 한다. 셀트리온과 한화시스템은 올해 반기보고서에 클레이 보유사항을 공시했으나 LG전자는 이를 미공시한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바뀐 회계지침은 올해부터 적용되므로 내년 공개되는 올해 사업보고서에 기재될 예정”이라며 “보유 클레이의 경우 자사 관련 부서에서도 대체불가능토큰(NFT)등 블록체인 사업을 지속하고 있어 향후 어떤 효용가치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 답했다.
IT조선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