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치르는 날이 10월인데 다음 달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지 걱정입니다. 오늘도 은행 몇 곳을 돌며 대출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있어요.”
29일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 현재 서대문구 한 아파트 전용 59㎡에 거주하는 김모(38)씨는 최근 같은 아파트 84㎡로 갈아타기를 계획하고 있다. 김씨는 9월이 되면 목표했던 대출 금액이 안 나올 수 있다는 은행원의 말에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도 이달 중으로 대출을 받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 당국이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상환금비율(DSR) 2단계 적용으로 대출규제 강화에 나서자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대출 수요자는 잔금일을 앞두고 근심이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제도다. 하반기 이사를 준비한 대출자들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으로 대출 한도가 줄면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은행은 잔금일 2개월 전,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은 3개월 전부터 대출 약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9월을 앞두고 은행권에서는 대출 문의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바로 다음 주면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돼 이미 신청할 수요는 다 신청하신 것으로 보여 대출 상담은 7월에 비해서는 크게 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제도 및 금리 변동에 대한 문의는 9월이 다가올수록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도 사정이 비슷하다. 신축아파트 입주를 앞둔 이모(33)씨는 이날 은행을 찾아 신용대출 문의를 받았다. 이씨는 집값의 최대 70%를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빌릴 계획이었는데 변수가 생겼다. 은행이 가계대출을 줄이는 목적으로 모기지보험(MCI, MCG) 가입을 중단하며 서울·경기 지역의 경우 최대 5500만원 정도 대출 한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모기지보험 규제로 약 4000만원을 추가로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신용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가산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리가 크게 뛴 것에 대해서도 후회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중은행에서 만난 한 고객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금리가 3% 초반이었는데 한 달 새 4% 중반까지 뛰어 예상보다 최소 50만원씩 매달 이자 비용으로 더 나가게 될 것 같다”며 “10월이 잔금일이라 어쩔 수 없이 이달 대출 약정을 해야 하는데 조금 더 일찍 계약일을 잡았더라면 더 싼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스럽다”고 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관련 문의 게시글이 폭발하고 있다. 2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부동산카페에서는 8월 들어 스트레스 DSR 관련 게시글이 1000개를 넘겼다. 지난 7월 관련 게시글이 500여개인 것에 비교하면 2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한 회원은 지난 7월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9월 예정된 대출실행에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는지 묻는가 하면, 다른 회원은 스트레스 DSR로 대출 한도가 줄면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유리한지 문의하기도 했다.
최근 은행의 대출 정책은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며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담대 금리 인상을 바란 게 아니다”라며 ‘쉬운 금리 인상’을 질책하자 은행들은 대출 만기나 한도를 축소하는 식으로 대출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 28일에도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가계대출 관련 추가 대책을 발표하며 대출자들의 혼란이 커졌다. 이날 대출 상담을 받으러 온 한 고객은 “가계대출 잡는다고 금리는 올리고 정책은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결국 피해 보는 건 실수요자들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