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DB

중국에 진출한 한국 은행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 경기 침체 영향으로 국내 기업의 중국 이탈이 증가하고 과도한 규제환경으로 고액의 과태료를 물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한동안 중국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섰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분기 기준 당기순이익 합계는 259억원으로 전년 동기(1001억원) 대비 74.1% 급감했다. 신한은행 당기순이익이 302억원에서 22억원으로 줄어들며 감소폭(92.7%)이 가장 컸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한국 은행의 실적이 악화한 데는 중국 경기 부진으로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이 중국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18억7000만달러로 1년 새 78.1%나 급감했다. 현대차가 중국 현지 공장을 매각하고, 삼성전자나 2차전지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도 중국 추가 투자를 줄이는 추세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탈중국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중국이 2022년 말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도시 폐쇄에 나서면서 국내 복귀가 가속화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 복귀한 해외진출기업 24곳 가운데 15곳이 중국에서 돌아왔다. 이 때문에 4대 은행 중국법인의 실적 감소세는 2020년 이후 지속되는 추세다. 2020년 말 기준 1234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2021년 980억원으로 줄었고 2022년에는 1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래픽=손민균

중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도 한국 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타국에 금융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기에 외국계 은행이 단순 영업을 하는 데 있어 보수적 기준이 적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 금융 당국은 지난 2022년 중국 하나은행과 중국 우리은행, 중국 IBK기업은행에 총 1743만위안(3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같은 해 9월 외화지급보증 취급 소홀로 1576만위안(28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는 2015년 통합 하나은행 출범 이후 해외 금융 당국이 하나은행에 매긴 과태료 중 최대 규모다.

중국에 진출한 은행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은행은 부실여신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선별적인 우량 대출 자산 증가와 비이자이익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현지법인의 한국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지정학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국 현지에서 안정적인 고객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4대 은행은 현지화 작업을 위해 중국기업과의 제휴를 늘리거나 디지털 금융에 힘쓰고 있다. 하나은행은 2019년 알리바바, 2020년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 2021년 최대 포털기업인 바이두 등과 제휴를 맺어 상품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2018년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개시하고 2021년 인터넷뱅킹을 재구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국 경제 둔화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길어지며 국내 기업의 중국 이탈이 증가하고 있고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에 의한 이자 이익 감소로 중국법인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권은 중국법인 건전성 관리를 중점으로 영업을 이어가되, 현지화 전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