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은행이 금융 당국의 대출 금리 인상 지적에 속앓이하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해 은행권이 손쉽게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택했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비판 때문인데요. 은행권은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서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낮으면 대출 수요가 쏠리는 상황에서 대출을 중단할 게 아니라면 대출 금리 인상은 필수적인 대책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계대출이 늘어난 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연기 등 정부의 실책이 있음에도 이를 모두 은행 탓으로 몰고 간다는 불만도 은행권에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은 그동안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으려고 했습니다. 5대 시중은행에서만 한 달 반 사이에 20번에 가까운 금리 인상을 발표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의 방법이 너무 손쉽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 25일 “일부 은행은 금리 인상 등 손쉬운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금리를 올리면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뿐더러 수요도 누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감독 당국 바람은 그런 방식보다는 가계대출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미리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금리인상보다는 다주택자 대출 및 갭투자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미리 판단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관리를 안 하고 손쉽게 금리를 올리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부동산 시장 상황을 비춰 은행에 대한 개입을 앞으로 세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이러한 지적에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축소하고, 대출 거치기간을 축소하는 방법 등 다양한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25일에는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장들이 모두 모여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공급을 유지하되 공급되는 자금이 실수요와 무관한 갭 투자 등 투기수요 및 부동산 가격 부양 수단 등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은행권은 9월 스트레스 DSR 규제 도입 이후 추가 대출 축소 방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금리 인상 외에도 가계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 당국의 지적에 즉각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선 은행권이지만, 한편으로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불만도 있습니다. 대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다른 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면 금리를 함께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자 장사를 위해서라고만 치부하는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또,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연기 등 가계부채 관리에 있어 실기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은행의 책임으로만 돌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 은행권을 불러서 가계 대출 관리를 당부할 때 금융 당국에서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라면서도 “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쓰는 것에 대해 금융 당국도 알았고 이를 용인한 부분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주택 거래가 늘고, 집값이 오르면서 부동산 관계자들이 금리가 가장 낮은 은행으로 매일 대출을 몰아주는 관행이 있다”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이 쏠리기 전에 대출 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려고 대출 금리를 올린다고 보는 건 아쉬운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 카드를 쓰면 이자이익이 커진다고 하는데, 대출 증가폭이 줄어 은행 전체로 볼 때는 이자이익이 크지 않다”라며 “가계부채 증가는 당국이 실기한 부분도 있는데, 은행의 탓으로만 돌리는 분위기가 있어 안타깝다”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