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장외주식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다. 4월 이후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데다, 규제까지 강화돼 성장 기대감이 꺾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빗썸이 KB국민은행과의 실명계좌 제휴가 성사될 경우 반등의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국내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빗썸의 장외주식은 6만8000원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 최고점이었던 지난 3월 5일 거래 가격 16만5000원과 비교해 약 6개월 만에 58.8% 하락한 것이다. 빗썸의 장외주식 가격은 지난달 10만원 밑으로 떨어진 이후 지금껏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주식 가격도 떨어졌지만, 빗썸에 비해서는 하락 폭이 작았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두나무의 장외주식 가격은 3월 5일 14만4000원에서 지난 26일 10만7000원으로 25.7% 떨어졌다.
빗썸과 두나무의 장외주식 가격은 올해 2분기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내림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비트코인 반감기(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시기)를 지난 후 사실상 가상자산 가격의 추가 상승을 이끌 만한 호재가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발길을 돌린 것이다.
가상자산 통계 분석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9억2911만달러(약 1조2300억원)를 기록, 지난 3월 거래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빗썸의 하루 거래량도 20억달러에서 4억달러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달 19일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빗썸의 장외주식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 법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정기적으로 상장 적정성을 심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모든 거래소는 총 1300여종의 코인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번 심사를 통해 상당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이 상장 폐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이미 검증이 된 대형 가상자산에 비해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알트코인은 발행사의 신뢰성이 낮고, 이용자 보호 조치나 보안 등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업비트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형 가상자산의 비중이 크고, 상장도 까다롭게 진행된다. 반면 빗썸은 업비트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알트코인이 상장돼 있다. 따라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해 여러 알트코인이 상장폐지 처분을 받을 경우 빗썸에서의 거래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3월 이후 빗썸의 장외주식 가격 하락 폭이 업비트보다 컸던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빗썸은 내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장외주식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경우 빗썸이 IPO 과정에서 기대만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실적 역시 최근 부진한 상황이다. 빗썸의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04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8% 줄어든 323억원에 그쳤다. 7월 이후 거래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실적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빗썸이 KB국민은행과의 실명계좌 제휴가 성사될 경우 거래량과 실적이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빗썸은 지난 2018년부터 6년간 NH농협은행과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는데, 최근 계좌 제공 은행을 KB국민은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이 빗썸의 새로운 파트너가 될 경우 신규 투자자들의 유입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빗썸과 KB국민은행이 이미 제휴에 대한 합의를 마쳤으며, 현재 금융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실명계좌 제공 은행 변경은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두고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