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단기납 종신보험의 이자율(환급률)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은 5년·7년 동안 매월 보험료를 낸 뒤 10년이 되는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면 납부한 보험료의 최대 24%를 이자로 지급하며, 이자소득세(15.4%)가 면제된다. 그러나 연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데다, 계약을 중도 해지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 가입 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가장 높은 환급률을 보장하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납 124.3%, 7년납 124.8%다. 월 30만원을 5년·7년 동안 납입하면 10년이 되는 시점에 총 이자소득은 5년납이 437만원4000원, 7년납은 624만9600원이다. 매년 43만원과 62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연 수익률로 다시 계산하면 각각 2.2%와 2.24%다. 최근 20년 평균 물가상승률이 2.3%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금을 회수하는 수준에 그친다. 최근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예·적금 금리가 올라 최대 연 12%의 이자를 주는 특판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단기납 종신보험의 매력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장점 중 하나는 이자소득세 15.4%가 면제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월 30만원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 비과세 혜택으로 절감되는 이자는 5년납 67만3000원, 7년납 96만2000원이다. 1년에 6만~9만원을 아끼는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왼쪽부터)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사옥 전경./각 사 제공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다. 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 전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 전부를 돌려받을 수 없다. 더구나 단기납 종신보험은 계약 해지 시 지급되는 환급금을 기존 종신보험보다 더 적게 산정하는 저해지형 상품인 경우가 많다. 목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거나 급전이 필요해 계약을 해지하면 다른 투자상품보다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한 생명보험사의 7년납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은 5년 시점에 43%에 불과하다. 매월 30만원씩 5년 동안 1800만원을 냈어도 774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생명보험사의 계약 유지율은 5년차 기준 39.8%였다. 100명 중 60명이 계약 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계약을 해지한 셈이다.

과거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은 10년 시점에 135%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과열경쟁 자제령을 내리면서 업계는 환급률을 최대 124% 수준으로 낮췄다.

다만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이 1억원의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점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도 단기납 종신보험은 사망을 보장받되, 장기적으로 저축 기능이 탑재된 상품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다른 금융 상품에 가입한 뒤에도 추가로 저축을 하거나 사망 보장을 받고 싶어하는 고객을 위한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