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을 위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한도 감축, 고가 주택에 대한 주담대 한도 조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 당국이 대출 금리 인상을 통한 가계대출 억제 방안을 자제하라고 주문하면서 은행권이 대출 상품별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전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우대 금리 축소 또는 가산 금리 인상 등 대출 금리 조정을 통해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방안을 자제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는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지양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은행들이 대출 한도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의 참석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크게 대출 금리 조정과 상품별 판매 중단이나 한도 축소가 있다”며 “이 중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은 시장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금리 부분을 더 인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동안 은행권은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해왔다. 지난달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발표한 금리 인상만 해도 20번에 달한다. 시장 금리는 내려가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우대 금리 축소나 가산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금리를 올리자 은행권의 이익만 늘어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 당국이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안을 자제하라고 주문하면서 은행권은 상품별 대출 한도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대신 당국에서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중단은 피해달라는 신호가 있었던 만큼 2018~2021년 가계부채 급증 시기에 나왔던 대출 전면 중단 사태는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권은 금융 당국이 다주택자 주담대 한도 축소, 고가 주택에 대한 한도 조정, 대출 거치기간 중단 등의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현재 다주택자 주담대를 중단한 곳은 KB국민은행뿐이다.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 중단도 은행들이 검토 중이다. MCI·MCG는 주담대 실행 시 가입하는 보험인데,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 사실상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신한은행이 MCI·MCG 가입을 오는 26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특정 조건의 대출 한도를 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실수요가 아닌 투기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의 대출을 막는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며 “또, 주담대 상환 시 거치기간을 두고 이자만 갚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거치기간 폐지 뒤 원리금을 곧바로 갚도록 하면 대출자가 과도하게 대출 금액을 늘리지 않게 돼 이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출 중단을 하게 되면 실수요자에게 타격이 있어 당국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대출을 중단하는 대신 다주택자, 고가 주택에 대한 한도를 줄이는 방안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