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새마을금고는 직원 20여명 가운데 과장(5급)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같은 5급인 대리도 2명에 불과합니다. 대신 6급에 해당하는 주임과 계장은 1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비정규직 직원들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6급 인력들이 갑자기 늘었고, 승진은 제 때 이뤄지지 않아 조직의 ‘허리’를 담당할 과장과 대리의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입니다.
최근 새마을금고 내부에서 직원들의 승진이 과거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많은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정규직 직원이 갑자기 늘어나자, 각 새마을금고가 인건비 부담을 우려해 승진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여기에 승진 시험과 같은 객관적인 제도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공채 출신 직원들은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설 기회를 얻지 못해 한숨을 쉬고 있다고 합니다.
새마을금고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부터 3년에 걸쳐 70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새마을금고에도 적용했었죠. 이에 따라 주로 영업점 창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 중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바뀌었습니다.
정규직 직원은 증가했지만, 그만큼 실제 승진 인원은 늘어나지 않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새마을금고는 금고마다 개별 법인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체 새마을금고에 적용되는 인사 규정이 있지만, 승진을 결정할 권한은 각 금고 이사장들에게 있다고 합니다. 연차가 쌓인다고 자동으로 승진을 시켜야 한다는 규정도, 승진을 위한 시험 제도도 따로 없는 상황입니다.
여러 이사장들은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승진을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일하는 B씨는 “직원의 직급이 한 급수씩 오를 때마다 연봉은 2000만원 가까이 뛴다”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인건비가 늘었는데, 기존 정규직의 직급을 높일 경우 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어 이사장들이 승진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직급 체계는 6단계입니다. 6급은 주임·계장, 5급 대리·과장, 4급 부장·차장, 3급 상무·부장, 2급 전무·상무, 1급은 전무에 해당합니다. 계약직 직원은 따로 급수를 부여받지 않습니다.
공채 출신 직원들 사이에선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공채 시험을 통과하고 경력을 쌓아도 이사장 재량으로 승진 경쟁에서 비정규직 출신에게 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B씨는 “공정한 평가 없이 이른바 ‘이사장 라인’을 탄 비정규직 출신이 먼저 승진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는 “농협 등은 시험을 통과하면 승진을 할 수 있는데, 새마을금고 역시 이와 같은 객관적인 승진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