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기업공개) 재도전에 나선 케이뱅크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연초까지만 해도 수신 잔고를 받쳐주며 든든한 효자 역할을 했던 가상자산 원화 예탁금이 하반기에는 비용만 잡아먹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본사 전경(케이뱅크 제공)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8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2022년 기록한 연간 최대 순이익(836억원)을 반년 만에 넘어섰다.

수익성과 별개로 올 2분기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3개월 새 2조원 넘게 줄었다. 2분기 말 기준 수신 잔액은 21조8500억원으로 1분기 말 23조9700억원 대비 8.8% 감소했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량 감소로 제휴 거래소인 업비트 예치금이 3조6169억원까지 줄어들어 직전 분기 6조234억원에 비해 40% 가량 감소한 탓이다.

이에 전체 수신잔액 중 업비트 예치금 비중도 자연스레 줄었다. 지난 1분기 케이뱅크 수신 잔액 중 업비트 예치금 비중은 25%에 달했으나, 2분기에는 17%까지 감소했다. 지난달까지 케이뱅크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 중 원화 예치금을 운용하는 유일한 은행이었다.

예치금은 줄어든 반면, 보관 비용은 더 커질 전망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용자들에게 ‘예치금 이용료’를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치금 이용료는 이용자들이 거래를 위해 가상자산거래소에 입금한 원화 예치금의 이자 수수료다.

이에 각 거래소는 서로 높은 이자 지급을 약속하며 고객 유치에 안간힘이다. 업비트의 경우, 예치금 이용료율을 기존 0.1%에서 2.1%로 20배나 끌어 올렸다. 경쟁사인 빗썸(2.2%)과 코빗(2.5%), 코인원(2.3%)이 모두 2%대로 상향했다.

거래소 간 경쟁은 케이뱅크에도 적잖은 부담이다. 케이뱅크는 원화 예치금을 운용하는 대가로 거래소에 이자 수익을 지급한다. 지난해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한 이자 수익은 38억원. 현재 보유 중인 3조8000억원대의 예치금에 업비트의 상향된 이용료율을 반영할 경우, 케이뱅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대략 800억원 수준이 된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와 함께 예치금 이용료율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케이뱅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해 이같이 산정한 것”이라며 “시행한 지 한 달이 겨우 지나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로 케이뱅크 역시 다섯 차례나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 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대환대출(갈아타기) 서비스의 수혜로 이번 2분기에만 아담대로 약 750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하반기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케이뱅크는 제동이 걸린 아담대 대신 개인사업자 대출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심산이다. 이달 초 인터넷전문은행 중 최초로 개인사업자를 위한 대출상품인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되기 때문에 ‘개인사업자 대출(소호대출) 시장’이 중요하다”며 “인터넷은행의 주가 방향성은 앞으로 소호대출 성장성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IT조선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