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은행권이 다음 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한 이후의 가계대출 증가세 향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규제 시행 이후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은행권 내부에서는 스트레스 DSR 규제가 달아오른 대출 열기를 식히지 못한다면 과거 부동산 가격 폭등 시기에 내놓았던 월별·영업점별 대출 한도 관리 등 대출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내부에서는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을 분수령이 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는 스트레스 DSR 규제 이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게 영향이 있는 만큼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작되면 대출 증가세가 누그러질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실제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입니다.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은 그대로인데 대출 시 적용되는 금리가 높아져 대출 한도가 줄어듭니다. DSR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출금 자체를 줄여야 하죠.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중 가장 높았던 월별 가계대출 금리와 현재 시점의 금리 차이로 계산합니다. 현재 기본 스트레스 금리는 1.5%입니다.

그래픽=정서희

은행권은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이전 큰 폭으로 증가한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고 있는데요. 7월 이후 5대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 횟수만 17회에 달합니다. 앞으로 금리를 추가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은행도 2곳이나 됩니다. 그러나 은행권의 금리 인상에도 시장 금리가 인하하면서 그 효과는 반감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거듭 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지만, 가계대출의 오름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4조원이 넘게 늘어났습니다.

은행권은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 이후에도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 카드 외에 더욱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각 은행은 연초 세운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을 넘어서지 않도록 대출 문턱을 높이고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을 앞둔 만큼 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을 관리하려는 대책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규제 시행 이후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된다면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미 수년 전에 가계대출 증가를 위해 영업점별 대출 한도를 정해주고, 일부 은행에서는 아예 대출을 틀어막은 전례가 있다”며 “이미 대출 증가세를 막을 강수를 둔 적이 있기 때문에 이 방안들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은행권은 2019~2021년 가계대출 급증 시기에 다양한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금융 당국이 연간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하자 은행들은 영업점별로 가계대출 한도를 별도로 부여하며 대출 공급을 조였습니다. 또 비대면 대출상품의 대환대출과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일부 은행에서는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극단적인 조치도 취했습니다.

은행권은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되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금과 같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계대출 증가 폭이 연간 목표치에 다다른 만큼 스트레스 DSR 규제의 효과에 따라 추가 조치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