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5개월째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을 이끌 만한 호재가 대부분 소진된 가운데 지난달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가상자산 통계분석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7억8173만달러(약 1조406억원)를 기록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지난달 19일 거래량 24억7442만달러(약 3조2935억원)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업비트에서의 거래량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후 계속 감소했다. 지난 6일에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과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저가 매수 수요가 늘어 거래량이 급증했지만,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에서의 거래량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빗썸의 하루 거래량은 3억7879만달러(약 5042억원)로 한달 전에 비해 35% 줄었다. 빗썸에서도 지난 6일 하루 거래량이 13억4717만달러(약 1조8000억원)로 급증하기도 했지만, 이후 다시 감소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은 지난 4월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4월 비트코인 반감기(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거친 후 가격 상승을 이끌 만한 호재가 대부분 소진되면서, 신규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아 뉴욕 증시에 출시됐지만,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때와 달리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도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감소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발효된 지난달 19일부터 거래소들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전체 가상자산에 대한 상장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국내 모든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은 총 1300여개로 거래소마다 중복된 종류를 제외하면 600여개의 코인이 심사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6개월간 진행되는 심사를 통해 상당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이 상장폐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발행된 코인의 경우 발행 주체의 신뢰성이 낮고, 이용자 보호나 기술 보안 등도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알트코인에 대한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체 거래량까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거래소들의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거래소들은 대부분의 수익을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통해 얻기 때문에 거래량이 줄어들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올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257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2%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1590억원으로 53% 줄었다. 빗썸 역시 2분기 매출액은 1047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2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8% 줄어든 323억원에 그쳤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시장이 전체적으로 반등할 만한 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이 됐다는 의견이 많다. 또 여전히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주식과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오는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사실상 올해 가상자산 시장의 향방을 결정짓는 유일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에 친화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돼, 미국 대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크게 꺾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