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해외여행 특화카드가 신용카드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해외 체크카드 결제 시장에 5대 금융그룹 카드사들이 모두 진출, 경쟁이 치열해진데 따른 것이다. 타사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주요 카드사들이 해외 신용카드 결제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신한카드의 쏠 트래블 신용카드(왼쪽)과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 대한항공 마일리지 신용카드(오른쪽) / 각사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농협은행까지 해외여행 특화 카드를 출시하면서 5대(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은행 모두 무료 환전 기반의 여행용 체크카드 경쟁에 뛰어들었다. 휴가철을 맞아 해외결제액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점유율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BC카드를 제외한 지난달 국내 전업카드사 7곳의 개인 체크카드 해외결제액 규모는 2조2961억원으로 전월 1조8945억원 보다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체크카드 결제가 보편화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 간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쟁은 신용카드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해외 여행카드 부문 선두인 하나카드와 국내 신용카드 1위인 신한카드가 비슷한 시기에 트래블 신용카드를 내놓으면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트래블카드 시장은 하나카드가 가입자 500만명 이상을 보유하며 선두적인 위치에 있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신한카드가 쏠(SOL)트래블 체크카드’ 출시 5개월 만에 카드 발급 100만장을 돌파하는 등 매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선두자리를 탈환하기 위한 신한카드와 하나카드의 공방전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카드는 지난달 트래블로그 대한항공 마일리지 카드 2종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카드를 이용하면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적립되는 카드다. 해외 여행 시에는 트래블로그 체크카드와 동일하게 환전, 해외 ATM 인출, 해외 이용 수수료 무료 혜택 등을 제공한다.

해외 여행 이용금액은 트래블로그와 동일하게 외화 하나머니에서 사용되며, 카드 설정 변경을 통해 신용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카드 발급 시 웰컴 마일리지가 적립되고 전월 실적에 따라 전 세계 공항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신한카드도 지난달 쏠트래블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해외 모든 가맹점에서 일시불 이용 금액의 0.5%가 마이신한포인트로 적립된다.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결제 금액의 0.5%가 마이신한포인트로 적립되며, 여행·교통·쇼핑·맛집·운동 영역에서는 1.5%가 추가로 쌓인다.

신한금융그룹은 트래블카드를 계열사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상태다. 지난달 정기 인사에서는 신한카드와 신한은행 직원들이 협업 근무하는 ‘체크카드솔루션실’을 만들기도 했다. 은행 인프라와 카드 인프라를 동시에 활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KB국민카드도 지난 4월 ‘위시 트래블’ 신용카드를 내놨다. 해당 카드는 국내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일상 업종 할인 등 국내외 가맹점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담았다. 국내 이용 가입자를 위해 자주 쓰는 5개(쇼핑·패션·커피·영화·편의점) 영역에서 KB Pay로 결제 시 10% 할인을 제공한다. 국내 여행시 여행자보험 할인, 대중교통 할인 등의 혜택도 준다.

우리카드는 해외여행 특화 신용카드 서비스를 트래블월렛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기존 트래블월렛에서 제공하고 있는 선불 서비스에 신용카드 기능을 추가 활용 가능하다. 해외 결제를 진행할 경우 비자 브랜드 이용 수수료 1.1%와 해외 이용 수수료 0.3%를 면제해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특화 카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고객 유치를 위해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트래블카드의 가장 큰 맹점이 국내 이용률이 낮다는 건데, 신용카드를 통해 공백을 메우려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가 적격비용에도 못미치는 등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지나친 출혈경쟁에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체크카드와 달리 신용카드는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을 추가로 감내해야하는 만큼, 동일한 혜택을 적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체크카드로 해외결제 하는 것이 수익적으로는 더 좋다”며 “카드사가 많은 혜택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인데, 장기적으로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