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야 할 대금이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3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티몬의 ‘경영개선계획 이행실적 보고서’에 첨부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티몬이 정산해야 할 대금(예수금+지급어음+미지급금)은 총 9727억원이다. 티몬은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아 정확한 미정산 대금 규모를 알기 어려웠는데, 이번 보고서를 통해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야 할 대금 규모가 공개된 것이다.

티몬과 같은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구입한 구매자는 판매자에게 직접 돈을 입금하지 않고 제3자인 오픈마켓의 계좌로 송금하는데, 이때 오픈마켓의 계좌에 머무는 돈이 ‘예수금’이다. 판매자에게 정산해야 하는 돈인 셈인데, 티몬의 예수금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8897억원이다. ‘지급어음’은 판매자에게 추후 판매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어음으로 지급한 돈이다. ‘미지급금’은 일반적인 상거래 외 용역 등을 제공받고 갚지 않은 돈인데, 위메프의 경우 상품 판매 대금 역시 미지급금 항목에 계상하고 있다.

티몬의 미정산 대금은 2021년 말 5592억원에서 2022년 말 5973억원, 지난해 말 8184억원, 올해 1분기 말 9727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해, 3년새 74% 급등했다. 위메프 역시 정산해야 할 대금(매입채무+미지급금)이 2022년 말 2083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3595억원으로 73% 늘었다.

금감원은 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조짐을 사실상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티메프와의 경영개선협약(MOU)을 통해 미상환·미정산 금액과 추가로 신규 유입되는 자금의 일부분은 에스크로 계좌 등에 별도 관리할 것을 요구한 것도 이런 부실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며, 티메프가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여행상품 환불 지원방안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뉴스1

같은 기간 미상환 잔액도 크게 늘었다. 티몬이 제출한 경영계획 이행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미상환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1억9600만원에서 올해 6월 말 5억6100만원으로 1년 새 3억원 넘게 늘었다. 미상환 잔액은 티몬이 구매자들에게 판매한 티몬 캐시 등 선불충전금으로, 티몬은 앞서 10%대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티몬 캐시를 대량 발행했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기준)에 따르면 전자지급결제대행사는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하며,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20% 이상이어야 한다. 자본잠식 상태인 티몬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계속해 티몬 캐시를 팔았다. 금감원은 이 역시 법적 근거 미흡을 이유로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민병덕 의원은 “티메프 미정산 잔액이 2년 만에 1.5배 이상 급증하고 적자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매 분기 받아 온 금감원이 아무런 대책이나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금감원은 내부에서 이 상황을 인지하고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의 자료를 빠르게 제출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