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를 앞두고 결국 폐업을 결정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출금 수수료를 이용자들에게 부과해 추가 피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초까지 서비스를 종료했거나 종료를 예고한 일부 거래소들이 출금지원 종료를 앞두고 고객들에게 과도한 출금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서비스를 종료한 지닥은 최근 고객들에게 오는 9월 출금 지원 종료를 앞두고 거래소에 남아있는 예치 자산을 출금할 것을 권고하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지닥은 “출금 지원종료일까지 출금하지 않은 자산에 대해서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회사는 손실을 책임지지 않는다”며 “출금 신청 1건당 5만원의 출금수수료를 별도로 입금해야 출금 처리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지닥 외의 다른 거래소들 역시 남은 자산 출금을 위해 별도 비용을 요구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폐업한 캐셔레스트와 프로비트는 거래소 지갑에 가상자산이 남아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환 신청 조회’ 명목으로 건당 5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수수료는 가상자산마다 개별로 책정되어, 여러 종의 가상자산이 있는 경우 비용은 더욱 커진다. 남아 있는 자산을 확인한 후에도 역시 출금 수수료가 별도로 부과돼 부담은 배가 된다.

이에 거래소들이 요구하는 수수료가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영업을 유지중인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거래소 또는 개인지갑으로의 출금시 원화의 경우 건당 평균적으로 1000원 수준이며, 가상자산 출금의 경우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서비스를 종료한 거래소들 역시 거래소가 정상적으로 유지되었을 때에는 이와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운영을 중단하게 되며 남은 이용자 자산 반환에 대해 통상적인 수준보다 높은 수수료를 책정한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거래소들의 대응에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과도한 출금 수수료로 이용자들이 자산 조회 자체를 포기해버리거나, 출금을 하지 못해 추가적인 피해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영업종료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정상 출금기간 동안 영업 당시와 동일한 방식의 출금 서비스에 대해서는 기존과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해야 하며, 그 이후에도 이용자 자산을 반환하면서 과도한 출금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의 대응에도 거래소들은 높은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다. 해당 지침은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고, 이미 거래소업을 종료한 상태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해당 거래소 중 한 곳의 관계자는 “고객 자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어 보관은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지만, 적자로 운영을 중단한 마당인 만큼 최소한의 네트워크 수수료를 받는 것”이라 말했다.

IT조선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