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전채 금리 하락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든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카드 단말기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모습. /뉴스1

카드사들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사업 자금 조달의 수단이 되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최근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자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여전채 신용등급 AA+ 3년물 금리는 연 3.20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3월 연 3.3%를 넘어선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2일 연 3.309%로 마감한 후 1거래일 만에 0.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업을 하는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 회사들은 은행 등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여전채를 발행해 카드론, 현금 서비스 등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하락할 경우 카드사들은 이자 비용 지급 부담이 줄어 순이익이 증가한다.

카드사들은 지난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직후 여전채 금리가 사상 최초로 6%를 돌파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흔들리던 채권 시장은 금융 당국이 신속히 진화에 나서면서 점차 안정을 찾았고, 여전채 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지난해 여전채 금리는 줄곧 4%를 웃돌았고, 카드사들의 순이익도 대부분 전년 대비 감소했다. 카드사들은 채권 발행을 줄이고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는 등 긴축에 나서기도 했다.

여전채 금리는 올해 들어 4% 밑으로 떨어진 이후 지금껏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전체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5%를 넘어섰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3.8%대로 떨어졌다.

채권 금리 하락은 카드사들의 상반기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37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7% 증가했다. 삼성카드도 같은 기간 24.8% 늘어난 362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은 25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급증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왼쪽)과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모습. /AFP=연합뉴스·뉴스1

최근 미국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채권 금리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준은 이미 다음 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특히 이달 들어 뉴욕 증시가 연일 큰 폭으로 하락하자, 금융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미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놓쳤다며 더 빠르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금 조달 부담이 줄면서 카드사들은 다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온라인 쇼핑과 여행·항공·면세점 등에서 최대 5개월의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5개월 무이자 할부는 카드사들이 긴축 경영을 시작하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잇따라 재개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9월 이후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하면 여전채 금리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5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 등을 통해 카드 사용 규모도 늘어 하반기 수익 증가 폭은 상반기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