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최대 60만원 이상을 보장하며 판매한 1인실 입원비 특약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과 상급종합병원 1인실 병상수가 극히 적은 탓에 입원 자체가 쉽지 않다. 이같은 지적이 일자 최근 1인실 외에 2~3인실까지 보장 범위를 넓히고 있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판매한 1인실 입원비 특약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DALL·E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이 건강보험이나 운전자보험 등에 상급종합병원 2~3인실 입원비를 보장하는 특약을 신설해 판매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상급 종합병원에서 2~3인실 입원일당을 추가 보장한다. 상해 또는 질병으로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의 2인실 또는 3인실에 1일 이상 계속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경우 통상 30일 한도로 보상한다.

해당 상품은 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비롯해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주요 손해보험사가 출시한 상태다. 입원일당 보장금액은 5만~10만원 안팎이다.

올해 초까지 대다수 보험사들은 1인실 입원일당을 보장하는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했다. 하루 40만~50만원 수준의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비용을 뛰어넘는 60만원 이상의 높은 보장금액을 제시하면서 과당경쟁 우려까지 불거졌다. 영업현장에선 “입원비보다 많은 보장금액으로 1인실 들어가는 게 남는 장사”라는 설명까지 곁들이며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입 고객이 제대로 된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제 전국의 상급종합병원은 47곳에 불과한 데다 1인실 병상 비중도 6.8%로 극히 적은 수준이다. 병원 전체 병상 수 대비 1인실이 매우 적어 1인실 들어가는 것 자체가 하늘에 별따기다.

특히 수도권 외 지역의 경우 경북이나 세종, 제주에는 상급종합병원이 1개 뿐이고, 충북과 전남, 울산에는 아예 없다. 금감원에 따르면 실제 상급종합병원 입원 및 1인실 입원일당 특약에 가입 후 10년간 보험료를 납입해 온 가입자가 병원에 자리가 없어 결국 다인실에 입원한 사례 등이 민원으로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1인실 대기 기간만 따로 집계하진 않지만 통상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 입원 대기 기간만 최소 2주 이상”이라며 “환자가 1인실 입원을 원한다 해도 병실이 없다면 다인실로 안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보험사 입원실 일당 판매 경쟁이 2~3인실 입원비 특약으로 옮겨붙는 추세다. 기존 1인실 입원비 보장을 포함해 2~3인실 입원비, 간병비 지원 등을 묶어 판매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기준 2~3인실 입원비는 하루에 10만~15만원이다. 이중 40~50%는 급여항목으로 나라가 보장해준다. 본인부담금은 7만5000원인 셈이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입원실 특약은 추가로 5만원 이상을 할인해준다. 가입자가 납입해야 할 돈은 2만5000원 정도로 줄어든다.

보험사들은 오는 9월 도입될 의료계 시범사업으로 2~3인실이 늘어날 것이라고 홍보하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9월부터 3년 동안 전국 상급종합병원 47곳의 일반병상 수를 최대 15%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다인실은 2~3인실로 전환하고 중환자 병상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병상 감축과 전문의 확대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해당 시범사업이 계획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미리 2~3인실이 늘어날 것을 가정한 영업방식이 오히려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입원 비용 관련 유사 담보를 복수로 가입하는 경우 불필요하게 추가적인 보험료만 부담할 수 있다”며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관 상 보장 한도 내 실제 발생한 입원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기에 입원비용 담보 가입 결정 시 이미 가입한 보장 내역을 먼저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IT조선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