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크로스파이낸스’가 600억원 규모의 선정산대출 상환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소상공인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연계대출을 실행했는데, 이 돈을 상환해야 할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인 루멘페이먼츠가 갚지 못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6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오전 크로스파이낸스로부터 600억원 규모의 선정산대출 관련 상환 지연을 보고받고 해당 사태를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크로스파이낸스의 보고를 받은 뒤 해당 사태의 세부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라고 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연계대출을 실행하는 온투업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연계대출 상품은 가맹점의 카드매출 선정산을 위한 대출이다. 이 상품의 구조는 온투업체가 가맹점 카드매출권을 담보로 선정산업체에 대출을 내주면 선정산업체가 이를 소상공인 등 가맹점에 빌려주는 구조다. 온투업체는 선정산업체가 대출을 신청하면 PG사의 가맹점 카드매출 정산금액을 확인하고 돈을 빌려준다. 대출 상환은 PG사가 한다.
크로스파이낸스에서 발생한 문제는 루멘페이먼츠가 이 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온투업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출해주고 원금과 이자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루멘페이먼츠의 상환 지연이 길어질수록 투자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상환 지연 30일이 지나면 연체로 분류된다. 연체가 길어지면 투자자가 들고 있는 채권은 부실채권이 될 수도 있다. 현재 크로스파이낸스의 선정산 연계대출 상품의 90% 이상은 루멘페이먼츠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크로스파이낸스는 분납 상환을 하겠다는 루멘페이먼츠의 의사를 전달받았음에도 추가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온투업계는 대출상환 지연 사태를 일으킨 루멘페인먼츠가 크로스파이낸스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과도 선정산대출 관련 대출을 일으키고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당 PG사는 크로스파인낸스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와도 선정산대출 관련 대출을 일으키고 있어 관련 연계대출의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온투업계 내에서는 루멘페이먼츠의 정산금 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루멘페이먼츠 측은 크로스파이낸스에 정산금 상환 지연에 대해 “정산금 상환에 차질이 생긴 후 정상적인 상환을 위해 사업 운용 자금까지 끌어다 썼지만 결국 돈이 메말라 정산 지연이 발생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PG사가 정산 기일 동안 보유하는 정산금을 용도 외 목적으로 쓰더라도 이를 제지할 제도가 없다. 정산금을 별도 보관해야 하는 의무는 결제대금예치(에스크로)업에만 해당한다. 루멘페이먼츠의 경우, PG업만 등록했기에 정산금을 분리해 관리하지 않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
다만 PG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PG사들은 법적인 의무와 관계 없이, 정산금을 분리해 보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 당국의 검사에 대비하고 내부통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티몬·위메프 사태에선 두 회사의 모기업인 큐텐이 미국의 이커머스 기업 위시를 인수하는 데 티몬·위메프의 PG업 정산금을 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온투업계 고위 관계자는 “루멘페이먼츠가 정산금을 유용해 이러한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루멘페이먼츠가 정산금 관리를 엄격하게 했다면 이러한 지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루멘페이먼츠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취재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크로스파이낸스가 먼저 투자자에게 투자 위험을 제대로 고지했는지,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금감원은 상환 지연을 일으킨 PG사인 루멘페이먼츠에 관해서도 점검할 방침이다.